홍제천 홍제유연
1970년대에 건설된 대전차 방호기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고급 주상복합건물이었던 유진상가.
그 유진상가의 철거를 통한 재개발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서울시는 작년 3월 유진상가 앞 홍제천 복개다리 지하공간을
개통하여 홍제천 산책길을 연결하였다.
개통 당시 지하공간 양 끝단의 교각에 조명시설을 설치하여
마치 고대 그리스의 도리아식 건축물
파르테논신전을 연상시키는 구조물로 바꾸어 놓았다.
어두운 수면에 비친 교각의 그림자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빛의 예술에 감탄해서
아래에 링크한 것처럼 작년에 포스팅한 바 있다.
오랜만에 찾았던 지하공간이 또 변했다.
알고 보니 서울시 공공미술프로젝트 공모로 탄생한
'홍제유연(弘濟流緣)'이란다.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되고 화합한다'는 뜻이다.
어둡고 습하고, 역한 냄새나는 공간이었던 다리 밑이
열린 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냄새나는 오수를 별도의 밀폐된 통로로 배출시키고
하상의 오물을 완전히 제거한 후
깨끗한 모래를 깔았던 것만으로도
시궁창 같았던 지하공간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북한산과 북악산에서 발원하여
한강까지 흐르는 홍제천변의 산책길을 만들면서
유진상가로 인해 단절되었던 길을 단순히 잇는 것을 넘어
나아가 그 공간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것은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다.
지하공간을 밝히는 조명예술의 구현.
어둡고 음침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시도였다.
작년 지하공간 개통시 보여준 하부교각 조명시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일시적 관심을 끌 수는 있었으나
그 곳에 머무르게 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복개다리로 인해 단절되었던
산책길을 연결하는 지하통로의 역할이면 족했기 때문이다.
![]() |
![]() |
![]() |
그러나 서울시는
그 지하공간을 그저 지나치는 길이 아니라
머무르는 열린 예술공간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수면 위에 세워진 100여개나 되는 교각과
지하공간의 어두움을 이용한
설치미술, 조명예술, 미디어아트와 사운드아트 등
8개의 작품을 추가로 설치하여
약 250m 길이의 어두운 지하공간에 홍제유연을 완성하였다.
![]() |
![]() |
![]() |
![]() |
사전에 정보를 알고 갔던 것이 아니어서
각각의 작품을 제대로 담지 못했지만
그 일부를 소개한다.
교각과 천장에 LED바를 설치하여
수면에 비치는 빛과 함께 원근감을 주는 빛이
사람의 온기로 시시각각 변하는 작품 '온기'
갖가지 그림이 있는 슬라이드를 통과한 스포트라이트가
바닥에 그려내는 구름, 밀밭, 숲 등의 그림과
분위기를 돋우는 은은한 음악이 어우러지는 '숨길'
![]() |
![]() |
유진상가의 존재적 의미를 재해석하여
움직이는 빛으로 기둥과 수면에 투사하는
설치미술 '흐르는 빛, 빛의 서사'
'밝을 명(明)'과 '소리 음(音)'자를 거꾸로 매달아
수면에 비친 그림자가 정자로 보이게 한 설치미술
어두웠던 공간에 빛과 소리가
가득하라는 의미일까?
설명을 못봤으니 조금은 난해하다.
작품명 '미장센 홍제연가(弘濟戀歌)
![]() |
![]() |
홍제천 인근의 홍제초등학교와 인왕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채워진 벽화
작품명 '홍제유연 미래생태계'다.
사전 정보가 없었던 탓에
8개 전체 작품을 제대로 다 찾아보지 못해 아쉽다.
어린 손자를 대동한 예정에 없던 산책길이라
그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했었던 홍제유연.
다음에 차분하게 되짚어볼 날이 또 있을 것이다.
노출을 개방하여 밝은 형태의 교각조명을 담았다.
노출을 조여 주위를 어둡게 담으면
맨 윗 사진처럼 구분하기 힘들었던 진실.
어느 것이 투영된 허상이고
어느 것이 진실인지 비로소 드러나는 밝음.
그래서 진실의 세상은 반드시 밝음을 지향해야 한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갔던 여인들이
조선에 돌아 오자
소위 환향녀(후에 화냥년의 유래가 되었다)라 하여
조선은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철저히 외면했다.
마지 못해 홍제천에 몸을 씻으면 받아주겠다 하여
수 많은 여인들이 통곡하며 몸을 씻었다는 홍제천.
서대문구 무악제 인근에
중국을 왕래하던 사신들이 묵었던 여행자 숙소
홍제원에서 유래한 홍제동, 홍제천이지만
홍제라는 의미를 되새겨보면
환향녀를 대하는 조선의 유림은 참 옹졸했다.
짧은 시간에 돌아나온 유진상가 복개다리 지하공간
홍제유연(弘濟流緣)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너무 철학적인가?
문화란 너무 높은 그들만의 것인가....
힘들게 돌아온 조국에서마저 외면당한
환향녀들의 슬픔과
연암의 단편소설 호질에 묘사된 것처럼
지고지순한 명분과 예로 겉을 무장한
조선의 양반사회가 묘하게도 오버랩된다.
blog.daum.net/milvus-migrans/15714671
홍제천 산책로 50년만의 개통
유진상가 지하의 하부구간 홍제천 산책로가 2018년 6월 공사를 시작하여 드디어 3월 23일 오늘 9시 개통되어 약 50년만에 강을 따라 사람도 막힘없이 흐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한산에서 발원하
blog.daum.net
'강호행차 > 국내명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장호수 출렁다리 (0) | 2021.10.28 |
---|---|
불광천 벚꽃기행 (0) | 2021.05.02 |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0) | 2020.12.07 |
가나아트센터 시오타 치하루의 '우리들 사이' 전 (0) | 2020.08.04 |
통의동 백송터 브릭웰 (0) | 2020.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