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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 백송터 브릭웰

가루라 2020. 7. 8. 00:48

통의동 백송터 브릭웰

아쉽다.

통의동 백송터에 랜드마크적인 건축물이 들어섰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으니.

준공 후 하우스 오픈행사를 했었나 본데

개관 행사기간이 끝나서 올라 가볼 수가 없었다.

20여년 전 옥인동에 세들어 살 때

마당 한쪽에 백송 한그루가 있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마당에 물을 뿌려 얼음을 지치겠다고

수도꼭지를 열었다가 얼어서 물이 나오지 않자

수도꼭지를 열어 놓은 채 밤새 그대로 두었던 모양이다.

날이 풀려 조금씩 녹았던지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어나와

바로 옆에 있던 백송의 중심 가지에 얼음 덩어리가 송알송알 달렸다가

마침내 가운데 줄기가 부러져버린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다음날 아침 이 꼴을 본 주인 아저씨께서

아들에게 네 덕분에 소나무 모양이 더 멋있어졌다며

아들을 나무라는 내 곁에서 의기소침해진 아이의 기를 살려주셨다.

심지가 깊으신 그 분과는 지금도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지만

나로써는 그 일로 인해 백송을 잊을 수 없다.

백송에 관한 그런 기억이 있는 나도 가본 적이 없는데

보호수로 지정되었지만 꺾어지고 불에 탄 백송터만 있었다면

누가 거기를 찾았을까?

바로 곁에 새로 들어선 브릭웰이라는 멋들어진 건축물이

백송터까지 살려주는 구실을 할 것이다.

직접 들은 바가 없어서 설계나 건축에 관한 얘기는 할 수가 없음도 아쉽다.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어진 중정 위에

둥근 원형으로 하늘까지 뚫린 구조가 무척 이채롭다.

늦은 오후 수면에 닿은 햇살이

1층 천장에 스포트라이트처럼 빛나고

바닥에는 긴 그림자가 생긴다.

설계자는 이런 모습까지도 상상했을까? 

위로 올려다 보이는 원형 통로의 난간이 만들어낸 패턴.

원과 면,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시각적 다양성.

횟대를 지르듯 허공중의 원을 가로지르는 저 구조물은 무슨 의미일까?

천국에 오르는 길일까?

하우스 오픈행사에서 이 건축물이 지닌 의미와 철학을 설명했다는데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하늘과 달리 사각형의 차분한 느낌을 주는 중정의 연못.

잔잔한 물결이 만들어낸 수면의 패턴과 그림자.

외벽에 쌓아 올린 벽돌이 만들어낸 패턴.

전면과 후면의 패턴 또한 다르다.

오피스건물 용도와 겸해서

7월에 전시관으로도 이용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격하게 다시 가보고 싶다.

가급적이면 밑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올라갈 수 있는 끝까지 올라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