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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빛내림

가루라 2020. 11. 23. 01:44

#빛내림 풍경

매일 보는 하늘

단 하루도 같지 않다.

구름이라도 더해지면

매 순간 다른 얼굴

하늘은 늘 우러르기를 바라지만

바라 볼 일 없는 일상

발 끝만 보아도 넘어지고

정면만 보아도 거꾸러질 수 있다.

넘어지고 거꾸러질 때만이라도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쉬어 가는 인생되자.

가을 동안 청명했었던 하늘

겨울이 가까워 오자

미세먼지와 스모그로 우중충해졌다.

오랫동안 입과 코를 덮었던 마스크 위로

눈까지 쾡하게 보일 정도의 기분이 계속되는 나날.

그래도 습관처럼 챙겨갔던 카메라.

덕분에 52층 아파트에서 다시 만난 빛내림.

비록 스모그로 인해 선명하지는 않지만

하늘에서 비단이 흘러 내리는 듯한 하얀 빛의 커튼.

송도, 김포, 일산과 한강까지 폭 넓게 드리웠다.

어두운 잿빛 구름 탓에

해 질 녘이 벌써 밤인듯.

문득 떠오르는 학창시절 즐겨 들었던 노래.

Moody Blues의 "Night in White Satin"

클래식과 팝을 결합한

프로그레시브 락(Progressive Rock)의 선구자적인 음악

King Crimson의 "Epitaph"와 Queen의 "Bohemian Rhapsody"와 함께

마치 하늘에서 하얀 공단이

폭포수처럼 흘러 내리는 듯한 기분으로

10대 때 밤마다 들었던 노래들이다.

그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하늘의 빛내림

Night in White Satin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밤을 지배하는 냉혹한 천주(天主)는

우리의 시야에서 색을 없애고

빨간색을 회색, 노랑, 흰색으로 보이게 하지만

우리는 어느 것이 옳은 지

어느 것이 환상인지를 판단해야 하네"

이런 철학적인 팝송의 가사에도 매료가 되었었던

당시의 나는 질풍노도의 시기였었다.

요즈음 나라 안팎의 상황을

그 당시 벌써 무디 블루스가 예견했었을까?

14일의 금요일 밤 같았던

지난주 금요일 늦은 오후의 빛내림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공포스러운 프로그레시브 락

"The Wall"의 느낌처럼 마무리 하고

막을 내렸다.

자연현상과 현실들이 자꾸 오버랩되는 요즈음.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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