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진/풍경사진

정릉계곡 단풍산책

가루라 2020. 11. 14. 01:13

6년 전 정릉계곡에서 만났던 황홀한 단풍

그 단풍을 잊지 못해 오랜만에 나섰던 길

아, 아쉽다 !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특히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에게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그 옷을 벗는 것은

짧은 순간에 끝나는 것을.

코로나를 핑계로 밍기적거리다

뒤늦게 나섰던 길

나무는 관중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관중이 그 때를 알고 찾아가

어둠 속에서 떨어지는 찬란한 별들을

맞이해야 한다.

대부분 붉게 타는 별이지만

때로는 노랗게 빛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모호한 그라데이션으로

몽환적으로 빛나기도 한다.

긴 여름 장마와 달리

가을 가뭄으로 설악산의 단풍도

색깔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소식.

그 소식에 지레 겁먹었던 것일까?

아니면 이미 단풍이 끝나가고 있었던 것일까?

온갖 치사로 끌려나왔던

집사람 얼굴 보기가 무색하게

여기저기 메말라가는 단풍잎

6년 전의 아름다움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리도 황홀하게 만들었던

정릉계곡이 정녕 맞는 것일까 싶게

앙상하다.

끝까지 남아 계곡을 밝히는

몇몇 단풍나무만이

이 계곡이 아름다운 단풍 숲이었음을

알려주는듯 색깔이 선명하다.

그늘진 곳은 아직도

제 몸을 채 태우지 못한 채

일찍 찾아온 찬바람에

노랗게 질린 몸을 맡겨야 할 것 같다.

계곡에서 벗어나 산자락에 자리잡은 자연탐방지

이제 막 절정에 달한듯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와본 곳이라

내년에 때를 잘 맞추면

더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열매없는 좀작살나무 잎

색의 변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어둠 속에 빛나는 고사리잎도

푸른 빛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누워있다.

일본목련나무의 넓은 잎도

조금씩 물들어 가고

졸참나무는

주황색으로 변했다.

돌아나오는 길

서쪽 사면에 내린 산그늘로

그나마 남은 단풍도 제 빛을 잃고

2020년 서울의 가을은

벌써 그렇게 저물어 간다.

서로를 의심하게 하는 역병에 쫓기고

입을 굳게 덮은 마스크 뒤로

마음마저 찢기운 사람들

이 가을의 아픔을

제대로 알까?

북한산 산신제를 알리는

청사초롱이 걸린 정릉계곡에

나무도 잎이 떨어지는 아픔에

비명을 지른다는 걸.

'툭'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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