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진/풍경사진

홍제동 개미마을 메타세콰이어숲

가루라 2020. 12. 9. 01:20

#홍제동 개미마을 메타세콰이어숲

1972년 조림사업을 위한 속성수로

전남의 몇 개소 그리고 임업시험소에 시험재배했던 메타세콰이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탓에

도로변에 심었던 메타세콰이어가 농사에 방해를 주는 등의 이유로

비록 얼마되지 않아 조림사업을 포기했지만

당시 메타세콰이어를 심었던 곳들이

지금은 대부분 전국적 명소가 되었다.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뒷편

인왕산 자락에 조성된 메타세콰이어숲

몇년만에 다시 찾았더니

인왕산공원 유아숲체험장이 조성되어 있다.

나중에 손자들이랑 다시 와봐야겠다 싶지만

아쉽게도 이파리들이 대부분 다 떨어져서

붉게 물든 잎을 담기에는 시기가 많이 늦었다.

작년에는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숲길을 갔었지만

불필요한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해

혹시라도 감염원에 노출되기라도 하면

그나마 주말에나 볼 수 있는

귀여운 손자들을 못볼까 자제하고 있다.

코로나가 웬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시재생사업의 명소로 알려져

벽화와 구불구불한 정겨운 골목을 보러 오는

젊은이들로 분주했었던 개미마을.

영화 '7번방의 선물'속 한 장면으로도 등장했지만

그 사이 벽화는 대부분 퇴색되거나 지워지고

이젠 분주했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6.25전쟁 피난민들이 모여

인디언촌이라는 판자촌을 이루었던 것이 시작이다.

개미처럼 부지런하고 근면하게 살자고

개미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는데

힘들었던 삶의 흔적은 마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서울의 동피랑같은 곳으로 세간에 회자되던 이 곳.

재개발을 바라고 땅을 샀던 투자자들과

무허가에 허름하지만 서울에서 이런 집조차 구할 수 없는 사람들

현상유지를 통한 문화적 가치를 높이자는 사람들

충돌되는 이해관계 속에 재개발이 쉽지 않은가 보다.

개미마을에서 보이는 건너편

홍제동은 목하 재개발로 성냥갑들이

차곡차곡 높이 쌓여 가고 있는데...

국내에서 명소로 알려진 메타세콰이아길은

인간들의 편의를 위한 도로변에 조성된 곳이지만

이런 숲으로 조성된 곳은

끝이 보이는 목재채취용이거나 사방용이다.

다행히 유아숲체험을 위해 만들어진 몇가지 시설들이

숲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70년대초 지역연합써클 활동을 통해 알게된

실업계고교 친구가 고향집 이웃 아저씨의 밭을 빌려

메타세콰이어 묘목을 재배했었다.

국가의 조림 장려 수종에서 메타세콰이어가 빠지는 바람에

결국 묘목과 함께 그의 꿈은 폐기되고 말았지만

지금은 묘목 한주에 약 6,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비록 실패한 조림사업의 잔재일지라도

국토 여기저기 조성된 메타세콰이어숲은

도시의 허파같은 기능을 할 것을 알기에

민간에서는 사유림조성에 메타세콰이어를 쓰나보다.

마치 중국이 원산지인 메타세콰이어는

미국명을 얻고

원산지가 미국인 낙우송(落羽松)은

한자명을 얻는 아이러니처럼

우리나라 토양에 어울리지 않는 수종었을지라도

당시에 실패라고 생각했던 조림이 지금은 명소가 되었다.

인왕산자락에 섬처럼 조성된 메타세콰이어숲은

묘하게 개미마을의 운명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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