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
종일 비가 내리던 삼월 초하루
갑자기 김치전을 한 장 내밀었던 집사람
이런 날은 김치전이 제격이라나.
기름진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부침개나 튀김을 싫어한다.
그런 내게 내민 달랑 김치전 한 장.
비 오는 날씨 탓이었을까?
혼자서 홀라당 먹어치웠다.
그리고도 남은 반죽
다른 때 같으면 버렸을 텐데
딸네 집에 가고 없는 집사람 대신
주방을 챙겨야 했던 나는
차마 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남은 반죽으로 부쳐낸 김치전 두 장
김치전이 이렇게 맛있었나!
어쩌면 이젠 김치전을 거부하지 않을 듯싶다.
이것도 나이 들어 변해가는 것일까.
집사람마저 예순이 넘었으니
이젠 누가 먼저 갈지 모른다.
다행하게도 내가 먼저라면 상관없겠지만
불행하게도 집사람이 먼저 간다면
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요즈음 부쩍 밥을 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져서
밥 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반찬을 하는 것, 세탁기를 돌리는 것 등등
가사를 전혀 모르고 살았던 나.
누구의 말처럼 집사람이 없을 때를 대비해
가사를 하나 둘 익혀 두어야 한다.
'좋은 글 >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둥오리 한쌍 (0) | 2021.03.06 |
---|---|
붉은머리오목눈이 마당을 찾다. (0) | 2021.03.05 |
우울 (0) | 2021.03.01 |
정월 대보름 불놀이 (0) | 2021.02.26 |
길냥이 (0) | 2021.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