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

종일 비가 내리던 삼월 초하루

갑자기 김치전을 한 장 내밀었던 집사람

이런 날은 김치전이 제격이라나.

기름진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부침개나 튀김을 싫어한다.

그런 내게 내민 달랑 김치전 한 장.

비 오는 날씨 탓이었을까?

혼자서 홀라당 먹어치웠다.

그리고도 남은 반죽

다른 때 같으면 버렸을 텐데

딸네 집에 가고 없는 집사람 대신

주방을 챙겨야 했던 나는

차마 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남은 반죽으로 부쳐낸 김치전 두 장

김치전이 이렇게 맛있었나!

어쩌면 이젠 김치전을 거부하지 않을 듯싶다.

이것도 나이 들어 변해가는 것일까.

집사람마저 예순이 넘었으니

이젠 누가 먼저 갈지 모른다.

다행하게도 내가 먼저라면 상관없겠지만

불행하게도 집사람이 먼저 간다면

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요즈음 부쩍 밥을 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져서

밥 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반찬을 하는 것, 세탁기를 돌리는 것 등등

가사를 전혀 모르고 살았던 나.

누구의 말처럼 집사람이 없을 때를 대비해

가사를 하나 둘 익혀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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