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정월 대보름 불놀이

가루라 2021. 2. 26. 21:51

#정월대보름불놀이

몇 년만에 다시 차려낸 집사람의 오곡밥이 아니었다면

오늘이 정월 대보름인 걸 잊었을 것이다.

일 년 동안 부스럼에서 자유롭기를 기원하며

눈 뜨자마자 이로 깨는 땅콩, 호두, 밤 등 부럼.

한 해 동안의 더위를 가져가라고

이른 아침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내더위'를 외치는 것도

이젠 다 잃어버린 정월 대보름 추억이다.

대보름 전날 저녁에는

불깡통을 돌리고

열 집의 찰밥을 서리해 먹으면서

질병을 물리친다고 믿었던 풍습도

이제는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정월 대보름 풍습이다.

어머님께서 동네 청년들의 찰밥 서리를 위해

장독대에 올려놓으셨던 찰밥이 그립다.

대보름 전날 들판에서 밤늦도록 돌리던

뜨거운 불깡통의 열기가 그립다.

잔불씨가 담긴 불깡통을 하늘 높이 쏘아 올려

폭죽처럼 쏟아져 내리는 불씨로 대미를 장식했던 쥐불놀이.

이제는 할 수 없는 쥐불놀이 대신

줌렌즈 카메라의 장노출 촬영의 주밍으로

디지털불놀이를 재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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