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고향집

주인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매실나무와 감나무 밭은

온통 비집고 솟아난 대나무 밭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사이에 연리지가 되어

서로의 가지를 잡아주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단감나무 한 그루

아버님께서 애써 가꾸시던 개량종 단감나무입니다.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나무에는

크고 단단한 단감이 주렁주렁 열리곤 했었지요.

지상에서 갈라진 두 개의 큰 줄기는

감의 무게로 더 이상 옆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서로 붙잡고 있는듯

연리지가 되었습니다.

어른께서 떠나신지 벌써 8년째

아버님의 손길이 사라진 고향집 텃밭에는

서로를 붙잡아 주고 의지하는 손길이 연리지가 되어

주인 잃은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감나무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때로는 복잡한 서울 삶을 정리하고 귀향하고 싶기도 하지만

환갑을 훌쩍 넘어 어쩌다 한번씩 찾은 고향집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이었음에도

그 넓은 텃밭과 과일나무 사이에 서 있는 나를

이방인으로 만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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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고향집 작은방 모퉁이에 활짝 핀 노란 수선화

모퉁이에 찍혔던 수많은 발자국은 잡초에 덮혀 흔적도 없고

굴뚝에 흘러내린 그을음만이 따뜻했던 아랫목을 기억하는

고향집 

꽃은 홀로 피든 무리지어 피든 그 아름다움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다만 무리지어 핀 풍경이 아름다울 뿐임에도

우리는 물성에 변화가 없는 무리지어 핀 꽃이 아름답다 말하곤 합니다.

그래서 내 어린시절을 보냈던 고향집 수선화를

서울집 마당으로 옮겨왔다해서

고향집의 그 아름다운 전경까지 옮겨 올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서울집 마당에서 해마다 꽃을 피워 준다면

그 수선화를 보면서

고향집 작은 방 모퉁이의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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