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장미에 붙이는 글

가루라 2017. 8. 26. 00:58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샀을 때

전에 살던 집에서 화분에 심어 키우던 장미를

대문 옆 담장밑에 심었었습니다.

그 사이에 키는 담장을 훌쩍 뛰어 넘을 정도로 커졌고

올해는 마침내 담장 너머로 커다란 꽃다발을 내밀었습니다.

골목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마치 장미 부케를 받아든 것처럼 장미꽃을 배경으로

함빡 웃는 사진을 담고 가곤 했지요.

죽은 줄기에 돋은 가시의 날카로움이 싫어서

 한동안은 이 아이를 베어버릴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꽃이 절정에 달하던 초여름 어느 날

줄기를 다듬던 저를 보고

이웃에 사는 할머니들께서 이구동성으로 극찬을 하십니다.

장미를 너무나 예쁘게 키우셔서

골목이 다 환해졌다며

얼마나 아름다운줄 모르겠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씀 한마디에

베어버릴 생각을 했다는 것이

얼마나 경솔한 생각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요.

장미에 가시가 있다는 걸 뻔히 알고 심었으면서

마른 줄기의 가시가 보기 싫다고 베어버릴까 했었다니...

가시없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상상이나 했었을까요?

화초를 선택함에 있어서 신중함이 필요한 것이지

설사 그것을 내가 선택하였다 하여

그 생명을 뺏을 권리까지 하늘로 부터 보장받은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

그것이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는 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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