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고향집
주인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매실나무와 감나무 밭은
온통 비집고 솟아난 대나무 밭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사이에 연리지가 되어
서로의 가지를 잡아주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단감나무 한 그루
아버님께서 애써 가꾸시던 개량종 단감나무입니다.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나무에는
크고 단단한 단감이 주렁주렁 열리곤 했었지요.
지상에서 갈라진 두 개의 큰 줄기는
감의 무게로 더 이상 옆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서로 붙잡고 있는듯
연리지가 되었습니다.
어른께서 떠나신지 벌써 8년째
아버님의 손길이 사라진 고향집 텃밭에는
서로를 붙잡아 주고 의지하는 손길이 연리지가 되어
주인 잃은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감나무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때로는 복잡한 서울 삶을 정리하고 귀향하고 싶기도 하지만
환갑을 훌쩍 넘어 어쩌다 한번씩 찾은 고향집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이었음에도
그 넓은 텃밭과 과일나무 사이에 서 있는 나를
이방인으로 만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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