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일 인왕산에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 생활 40여 년에

서울 도심에서 산불을 볼 줄이야...

소방헬기 두대가 숨 가쁘게 오고 가는 것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었다.

1972년 학창 시절에 산불을 끄러 갔었던 경험이 있어서

더욱더 그러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에 인왕산을 찾았다가

목도한 참혹한 현장에 가슴이 미어졌다.

온통 잿더미가 되어버린 숲

한 달 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

널브러져 타버린 소나무는

마치 숯막을 방불케 했다.

홍지문쪽에서 오르는 기차바위 초입까지

화기로 인해 소나무는 노랗게 변해버렸다.

그래도 반쯤 타나 남은 소나무는

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그것이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기차바위에서 내려다본 인왕산

북서쪽 사면의 개미마을까지 타 내려갔지만

민가에 피해가 없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숯검댕이가 되어버린 소나무들을 보며

제발 모두가 산불조심하기를 바라본다.

반쯤 타버린 기차바위 능선의 숲을

화재 발원지 쪽에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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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종로에서 펼쳐진 연등행렬

야간 사진 연습을 위한 좋은 소재거리로 생각하고

참관했지만 한계를 절감한 시간이었다.

코로나가 풀리고 처음 열린 연등회여서 그런지

아니면 그전부터 이렇게 사람이 많았었는지

처음 참석한 나로서는 일 수 없었지만

상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인파에 놀라고

행사 참여 인원과 규모에 또 놀랐다.

단순히 불교 행사로만 생각했었는데

연등회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음을

처음 알게 된 내가 부끄럽다.

불자와 불교신도들이야 사명감에

긴 시간 행렬에 참석한 것이겠지만

구경하는 관중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더구나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다 모인 듯

연등회를 보러 온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은 것에

또 놀라운 밤이었다.

유등이나 청계천 유등처럼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유등을 담는 것은

삼각대만 있으면 문제없었지만

야간에 이동하는 연등을 사진으로 담는 것은

ISO를 수동으로 맞추기 참 힘들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ISO를 Auto에 두고

셔터스피드를 조절하며 사진을 담았더니

화질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연등행렬은 저녁 7부터 9시 30분까지

두 시간 반동안 진행되는데

한 곳에 서서 장시간 촬영하는 내 다리도 힘들다.

8시 반이 넘어가자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서

아쉽지만 끝까지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광장시장 앞 사거리에서 담은 사진들

몇 컷을 더 담았다.

처음 출발했던 흥인지문 앞에서

종로3가까지 걸었던 힘든 다리는

종로 2가 어느 식당에 앉아

늦은 저녁을 먹으니 조금 풀렸다.

그래도 힘들어하는 아내 걱정에

서둘러 조계사 앞으로 이동했다. 

연등행렬의 종착지안 조계사 앞

도로에도 인파가 가득하다.

저녁 9시 30분부터 11시까지

모든 연등행렬이 도착하면

대동한마당을 연다는데

그냥 돌아오는 발걸음이 아쉽다.

많은 인파 속에 휩쓸리는 것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우니까.

좀 더 젊었을 때 와볼걸 그랬다는 얘기를

투정처럼 흘리는 아내의 말도

내 다리처럼 아프다.

그래도 마음은 포근한

부처님 오신 날 연등회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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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새해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인왕산자락에서

다시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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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했는지 기억조차 없이

한해가 또 저물었다.

해마다 이맘 때면

괜히 발걸음도 빨라지고

마음도 더 부산해지는 것은

저물어 가는 해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해 놓은 것도 없이

낼 모래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

현직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간은 정지되어 있는듯 한데

나이를 말하는 숫자는 점점 더 커지 현실.

세월은 그렇게 흐르는데

세월이 흐르는 이치조차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먼 하늘만 바라보는 심정으로

또 한 해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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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

어린 시절 고향 산에서 따먹었던 으름.

그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해

마당에 으름덩굴을 심어 담장 너머로 걸쳐 놓은지 5년째

작년에 열매가 없이 처음으로 꽃만 몇 송이 피더니

올해는 유래없이 많은 꽃이 피었다.

내심 많은 으름이 달려서

손자들에게도 추억의 조선바나나 으름을

맛보게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단 한 개만 달린 으름.

한 개 달린 열매가 커가는 것을 지켜보며

수확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침내 9월 30일 노랗게 익은 열매가

살짝 벌어져 달콤한 향기가 스며 나왔다.

다음날인 주말을 맞아 집에 올 손자들에게 보여주고

으름을 따려고 사진으로만 담았었다.

다음날 손자들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 나가보니

아뿔싸!

나쁜 손모가지가 지나갔는지

하룻밤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허무함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 도둑도 필시 으름의 맛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나처럼 그 추억을 잊지 못해 훔쳐간 것이겠지만

내게는 나의 추억을 훔쳐간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으름에 대한 추억을 공유한 사람이니

용서해야지 어쩔 것인가!

내년에는 더 많은 열매가 달려

그 도둑에게도 흔쾌히 나누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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