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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단상

지금의 민속의 명절로 부르는 설날 이런 밤이면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집안의 일을 도와주는 일꾼까지 한 집에서 총 13~14명이 살았었다. 설 전날 밤이면 어머님께서는 우리들 앞에 설빔을 풀어놓으셨다. 새 옷이거나 때로는 고무신이거나 내복 등 매년 다른 설빔을 주셨었다. 설날이면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에 따라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차례를 지내고 마루에 나가 안방에 앉아계신 할아버지, 할머니께 그리고 이어서 어머니, 아버지께 세배를 드리고 떡국을 간단하게 조금씩 먹었다. 겨울용 검은 두루마기에 갓을 쓰신 할아버지 뒤를 따라 눈길을 걸어 큰집(하아버지의 큰 형님댁)에 차례를 지내러 가곤 했다. 큰집에서 떡국을 먹고 집에 돌아오면 삼촌들과 동생들 함께 동네 일가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러 갔었다. 집성촌이라 세..

제일줄나비

작년에 처음 본 제일줄나비 처음 본 것은 6월 초 포천 물소리캠핑장이었었는데 핸드폰 카메라로 담았던 화질이 못내 아쉬웠었다. 정체가 궁금하였었지만 화질 때문에 미루고 있었는데 8월 31일 우리 집 마당을 찾아왔다. 포천에서부터 따라 왔을리는 만무하지만 하도 반가워서 그 정체를 확인해 보았다. 날개를 펼치고 일광욕 중이라 날개 아랫면은 아쉽게 담지 못했다. 세줄나비는 흔하게 보았어서 비슷한 외관에 처음에는 세줄나비인줄 알았었다. 세줄나비와 다르게 뒷날개 끝부분의 흰 줄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자료를 검색보고 제일줄나비로 동정하게 되었다. 혹시 잘못된 동정이면 지도 부탁드린다. 줄나비 종류도 줄나비, 제일줄나비, 제이줄나비, 제삼줄나비, 굵은줄나비, 왕줄나비, 참줄나비, 참줄나비사촌 등 많기도 하다. 앞날개 ..

북두칠성을 잊었던 사람들

밤하늘이 비교적 맑았던 1월 중순 밤 북쪽 하늘에 선명한 북두칠성을 담아 페북에 북두칠성이 보이나요? 하고 올렸었다. 그 사진에 7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1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서울 하늘에도 북두칠성이 있나요?" "국민학교시절에 보고는 잊었던 것 같아요." "요즘 하늘 쳐다보기 힘든데 핸드폰에서 별을 보네요." "오랜만에 봅니다. 북두칠성" "북두칠성은 여전히 떠오르나 보네요. 하늘의 별을 찾아본 지가 언제인지." "보입니다. 국자모양이라고 국민학교 때 배웠던 기억이..." "예전 시골에서는 많이 봤는데 도시생활 후로는 보기힘든 북두칠성을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시력 테스트 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네, 보여요. 어릴적 선명하게 보고 자랐던 추억이 그리워요...

검은망그물버섯

오래도록 지붕을 갈지 못한 초가지붕처럼 갓 표면과 자루가 까만 검은망그물버섯 그물버섯과의 버섯 중 하나로 자루에 융기된 검은색 그물눈이 뚜렷하고 상처를 내면 흑변한다. 균모는 반구형이었다가 나중에 편평하게 펴지는데 연한 올리브색을 띤 회색 또는 흑색이다. 턱받이나 대주머니는 없다. 자실체의 살은 두껍고 단단한 백색이다. 공기와 접촉하면 담적색 또는 자색을 띤 갈색으로 변한다. 관공의 구멍은 다소 각형이고 색은 관공색과 같다. 관공에 상처를 내면 흑변한다. 자루는 관공에 함몰되어 있고 자루와 관공 사이에 간격이 있다. 자루는 아래로 갈수록 약간 굵어진다. 검은망그물버섯은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주로 참나무 등 활엽수와 소나무와 혼합림대의 땅에 홀로 또는 무리 지어 발생한다. 그물버섯들은 식용할 수 있는 것들..

꽃향유

산자락이나 주택가 공터 약간 건조하고 메마른 자갈밭이나 사질양토에서도 잘 자라는 꽃향유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피는 꽃은 줄기와 가지 끝에 달리는 꽃이삭에 한쪽 방향으로만 빽빽하게 핀다. 마치 작은 브러시나 칫솔을 상기시키듯 네 개의 수술 중 두 개가 길게 화관 밖으로 돌출되어서 더욱더 그런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가을철 꿀벌에게 꿀을 제공하는 밀원식물로 인기가 있듯 도시의 가로공원을 장식하는 화초로 자리 잡을 날을 기대해 본다.

백설달개비

처음 본 백설달개비 털달개비 백설희라고도 부른다. 외래종 화초로 화원에서 팔리는 백설달개비는 브라질 남동부와 아르헨티나 북동부 원산이다. 우리 집 마당에는 이미 오래전에 들어와서 토착화되어 노지월동도 가능한 자주달개비(양달개비)와 이 땅에 자생하는 달개비, 닭의장풀이 있다. 오래전에 식물체 전체가 붉은 자주색인 자주색 달개비를 사서 키운 적 있지만 줄기가 늘어지는 것이 지저분하고 월동에도 실패해서 외래종 달개비는 더 이상 사지 않았었다. 처음 본 백설달개비 이름을 찾느라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요즈음 다양한 종류의 외래종 달개비가 수입 판매되고 있었다. 노지월동이 되는 외래종 야생화도 그러니 원예 수입액이 매년 어마어마할 것이다. 정식 국명은 아닌 것 같지만 털달개비백설희는 털달개비속 다육식물로 자색 줄기..

비오리를 만나다.

청계천 성동구관내 수역에서 처음 본 비오리 수컷 세 마리와 암컷 두 마리로 무리를 지었다. 이름부터 빛나는 것 같은 특이한 오리 비오리는 빛이 나는 오리라는 뜻이다. 빗(光) + 올히>비올히>비오리로 변했다는 것이다. 다른 뜻으로는 갈기 댕기가 얼레빗처럼 생겨서 혹은 멋스럽게 빗어 놓은 단발머리 같아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화난듯 고추 서있는 암컷 비오리의 갈색 댕기를 보고 실물을 처음 보았음에도 사진에서 보았던 비오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비오리는 겨울철새로 우리나라 내륙의 큰 하천이나 호수, 드물게는 해안을 찾아오기도 하는데 청계천 중간 수역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다. 이미 텃새화된 흔한 청둥오리나 흰뺨검둥오리처럼 풀뿌리나 이끼를 먹는 것이 아니라 비오리는 가마우지처럼 잠수해서 물고기..

드디어 핀 동백꽃

재작년 고향집에서 가져왔던 동백나무 네 그루 그중 하나에서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핀 동백꽃 백동백으로 생각하고 캐 온 것이었지만 예상밖으로 붉은색이다. 그것도 홑꽃이 아닌 것을 보니 일본동백이 아닐까 싶다. 뜰동백 종류일까? 품종은 확인해봐야 알 것 같다. 어린시절 자랐던 고향집 사랑채 앞 화단에는 아버님께서 키우시던 동백나무 두 그루가 있다. 내 어릴 때부터 있었으니 아마도 수령이 70년은 넘었을 듯싶다. 한그루는 적동백이고 다른 한그루는 백동백이다. 아버님 떠나시고 비어 있는 고향집이라 동백나무를 캐서 서울로 가져오고 싶지만 운반해 오는 것도 힘들겠지만 우리 집 마당에는 어울리지 않게 나무가 너무 크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열매가 떨어져 자란 어린 동백나무들을 캐서 두어 차례 서울로 가져와 마당에 ..

비누풀

중세 유럽에서 비누를 만드는 데 썼다는 비누풀 비누풀은 지중해연안이 원산지로 뿌리와 잎에 사포닌 성분이 많아서 잘게 부숴 비비면 비누거품이 난다. 국명이 비누풀이듯 영어 이름도 Soapwort이다. 몇 년 전부터 어느 집 앞을 지날 때면 비누풀을 매년 보게 되어 욕심이 나는데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노지월동이 되는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이 분홍색인 것도 유통이 되고 있는데 나는 티 없이 밝은 순백의 꽃을 피우는 비누풀이 더 좋다. 적어도 비누로 씻는다면 이만큼은 하얗게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 이름에도 걸맞게...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 학 명 : Saponaria officinalis L. 원산지 : 유럽 분포지 : 전 세계에서 화초로 재배 영 명 : soapwort 효 용 : 사..

버들마편초

몇 년 전부터 도심 가로공원이나 빌딩 앞 화단 등 조경화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버들마편초 버들마편초는 열대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살이풀이다. 가느다랗고 긴 꽃줄기 끝에 자잘한 크기의 통꽃들이 산방꽃차례로 모여 달린다. 가느다란 긴 줄기가 말채찍 같고 잎은 버들잎 같다고 그렇게 부른다. 보라색에 가까운 분홍색의 꽃이 피어서 전남 신안국 퍼플섬에는 퍼플섬이라는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1억 송이의 버들마편초 단지를 조성하였다고 뉴스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꽃 모양과 색깔을 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쥐오줌풀과 비슷하다. 그래서 신안군도 외래종인 버들마편초 대신에 쥐오줌풀을 배양하여 1억 송이를 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버들마편초가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살이풀이니 매년 다시 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