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실계곡단풍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도종환 시집 '슬픔의 뿌리'중에서-

서울 도심 속 비경

종로구 소재 백사실계곡의 단풍을 찾아나섰다.

억겁을 돌아 닳아질대로 닳은 바위를 흘러내리는 아담한 폭포 옆

규모는 꼭 그 크기만하지만

깨달음의 크기는 훨씬 더 커 보임직한 현통사.

사찰을 포근히 감싸 안은 숲부터 단풍은 시작된다.

백사실계곡의 단풍은 이제 막 시작.

아직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만큼 두껍게 덮은

푸르름이 그대로인 숲 속을 잠깐 걸으면

눈 앞에 펼쳐지는 개활지.

백사실 별서터 주변의 단풍이 시선부터 사로잡는다.

봄부터 여름 늦도록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 갇혀 지내야 했던

아이들을 가득 품어내었던

도룡뇽과 버들치, 가재, 개구리의 계곡.

그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골짜기를 가득 메우던 환호소리에 고무되었던듯

올 단풍은 유난히도 화려하다.

골붉은 단풍나무부터

오래 묵어 노랗게 물든 느티나무,

벚나무, 오리나무, 참나무, 소나무 등등

많은 수종의 나무들이 다양한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숲 속에 들어 앉으면

사부작거리는 새들의 발걸음 소리와

기름진 솔방울 씨앗으로 겨울잠을 준비하는

청설모의 바쁜 목넘김 소리조차도 들릴듯

조용하다.

그 조용함을 두드리듯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황홀한 단풍.

아는 사람은 안다.

이곳이 서울 도심 속 숨겨진 비경

백사실계곡임을.

하얀 모래가 사라진 계곡을

두껍게 덮은 낙엽으로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는 의미가 사라진들.

백사 이항복의 별서터라거나

유당 김노경의 별서터라거나

이미 사라지고 없는 별서의 주인이 누구였든들

이 아름다운 가을의 주인은

바로 당신인 것을.

주인을 잃은 백사실계곡은

이 곳을 찾는 당신에게

이 가을의 단풍은 온전히 당신의 것이라 말하는데.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장거리 단풍행락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자제하는 당신께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보답으로

충분한 설레임을 주는 백사실계곡 단풍.

혼자 또는 두세명씩 찾거나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은 그래도 고맙다.

등산복 차림에 단체로 찾아와서

벤치에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경은

올 가을만은 피하고 싶다.

단풍 행락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설악산, 주왕산, 내장산 등을 찾던

사람 구경까지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굳이 이곳에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 것이 좋다.

이 곳은

조용히 벤치에 앉아

계곡에 떨어지는 낙엽소리를 듣고

시간의 흐름 속에 시시 각각으로 변하는

단풍의 색깔을 즐기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빛깔마저도

감별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그렇다고 혼자 찾기에는

코로나로 인한 이 가을이

너무도 우울하다.

백사실계곡의 단풍을 즐기기에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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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 이항복의 별장터

백사실 터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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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동천(白石洞天)

백사 이항복의 별장터였다고 알려진 백사실계곡

몇년전 무한도전을 통해 서울도심 속 비경으로 알려진 후

젊은 사람들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찾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버들치와 도룡뇽이 사는 서울 시내 한복판

종로구에 남아있는 환경보호의 보루 같은 곳입니다.


주춧돌만 남아 있는 본채가 있었던 곳

누마루 자리에서면

누마루 아래 놓인 거칠게 다듬어진 돌계단이

자연스러운 하트모양의 연못으로 이어집니다.

연못 건너편에는 본채와 연못을 한 눈에 볼 수 있었을 육모정이

지금은 기다랗게 솟은 주춧돌만 덩그마니 남아있습니다.

육모정쪽에서 본채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주춧돌조차 없는 안채의 규모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연못에 면하고 있는 집은

다섯칸에 누마루를 좌측 끝에 붙인

호두각 형태의 집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누마루는 한옥의 구조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한옥의 권위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공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보통 대청마루는 자연냉방공간으로 앞뒤 양면을 터서 바람길을 만들어주고

동시에 앞뒷면의 전망을 확보해 줍니다.

그러나 누마루는 보통은 툇마루나 대청마루보다 약간 높혀서

바람골위에 놓아두기도 하지만

3면의 경관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조망을 확보해주는 공간입니다.

하동 최참판댁 누마루

창덕궁 연경당의 누마루

남아있는 다른 고가에서 누마루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한여름철에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시원한 백사실계곡

20여년전 이 연못에는 물이 항상 고여 있었습니다.

지금은 여름철에도 물이 고여 있는 모습을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내부순환도로 홍지문터널이 이 밑을 지나면서

수맥이 끊겼기 때문이라고도 하네요.

자연석을 쌓아 만들어 놓은 연못

겨우내 계곡을 굳게 얼리고 있던 하얀 얼음이

때가 되면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지듯

옛 선비들의 풍류의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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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4일 기록적으로 쏟아진 눈폭탄의 잔재로

여전히 골목을 나서기조차 싫은 1월 10일 일요일 늦은 오후.

집안에 갇힌 답답함이 정수리까지 치밀어 올라

카메라를 둘러메고 집 근처에 있는 백석동천(白石洞天)을 찾다.

 

북악산의 북쪽 사면을 흘러 내린 물이 만들어 낸

도심 속의 작은 계곡, 백사골(백사실)

 

봄은 봄대로, 여름, 가을을 또 제각각 그대로 특별한 느낌을 주는

적당한 오르내림이 있는 도심 속 대표적인 산책길로

생활속 느림의 철학에 대한 열망과 함께 사람들의 발검음이 더욱 잦아진 곳.

백석동천 백사실의 설경을 올립니다.  

 

계곡 초입 숲속에 자리 잡은 현통사

마치 깊은 산중에 있는 것처럼 눈속에 더욱 고즈넉하고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그만 골짜기와 나무와 바위들은 온통 백설에 묻혀 있다.

 어둑해지는 산기슭을 따라 속세로 내려오는 스님의 승복조차

흰눈에 눈이 부셔 잿빛이 더욱 뚜렷하고

 백사실(白沙室)터로 이어지는 작고 좁은 돌다리

두껍게 쌓인 눈으로 위태롭다. 

 비록 조그마한 연못을 끼고 들어 앉았었을 육각정자는 없어졌어도

수백년을 견뎠을 주춧돌이 눈속에 오롯하다.

 건너 보이는 사랑채와 행랑채 터

백사 이항복이 버선발로 오르내렸을 계단의 디딤돌도

눈에 파묻혀 보일락 말락 

 못내 아쉬운 가을 빛을 아직도 간직한 참나무의 붉은 단풍과

나무등걸과 계곡에 내려 앉은 하얀 눈도 조화롭다.

 오솔길과 계곡에 겹겹이 쌓인 눈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계곡인지?

아직도 계곡을 가득 메운 눈으로

마치 이 곳이 도심을 멀리 떠난 심산유곡이지 싶다. 

 국수나무를 뒤덮은 눈은

그렇지 않아도 가늘고 낮은 나무의 허리를 펼 수 없게 만들고

 두껍게 앉은 나무등걸의 눈에도 불구하고

말라 붙은 참나무의 가을잎이 포근하다.

 소리죽여 계곡을 흐르는 물은

작은 빙폭을 타고 넘고

 눈 밑으로 흘러 흘러 

그래도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백사실을 돌아 나오는 길, 

계곡에 금새 내려 앉는 어둠은 눈빛조차 잠재운다.

 요사채의 창호를 뚫고 쏟아지는 따뜻한 불빛은

귀갓길을 재촉하지만 

 

 인왕과 북악, 북한산 발등 아래 납작 엎드린 신영동 벌안

지붕을 덮은 눈으로 가로등 불빛조차 추운 겨울밤

그래도 짧은 시간에 둘러 볼 수 있는 도심속의 계곡, 백사실계곡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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