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골프/초짜랍니다

그랙 노만, 노병은 살아있다!!!

가루라 2008. 7. 22. 19:23

미국의 US OPEN에 대항하여 영국인의 자존심을 내 세운

지구상에 단 하나뿐인 open경기라는 의미의 The Open Championship,

미국 오거스타내셔널 GC의 아멘코너는 저리가라 하는

4~50Km/h에 육박하는 거센 대서양의 바람과 질기고도 깊은 러프,

자연적인 지형에 안정화된 딱딱한 그린 등 천혜의 조건에 더하여

절묘하게 볼 낙하지점에 배치하여 존댈리, 타이거우즈, 듀발 등 내로라 하는

선수들의 우승에 대한 꿈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곤 하는 공포의 항아리벙커들.

랑카셔주의 Royal Birkdale GC에서 열린 2008 The Open Championship은

항아리벙커가 아닌 공포의 바람으로 챔피언이 결정된 게 아닌가 싶다.

다행이 중계시각이 초저녁이어서 우리의 호프 최경주 선수에 대한 기대로

둘째날 경기서부터 날밤을 세워 파이널라운드까지 지켜 보며 느낀 몇가지....

 

1. 노병은 살아 있다. 다만 사라질뿐.....

   1955년 을미생 동기, 호주의 백상어 그랙 노만.

   아직 골프를 모르던 시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카우보이모자로 인하여

   매스컴을 통해 깊게 각인되었던 그의 얼굴.

   한동안 그린에서 볼수 없을만큼 바쁜 사업과 왕년의 테니스 스타 크리스 에버트와의 재혼으로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그가

   2라운드부터 Final까지 내내 보여준 실력과 정신, 태도는

   사오정시리즈가 정녕 잘못된 것임을 확실하게 보여 주다.

   게다가 홀컵 주변의 라이에 영향을 주어 뒷사람에게 피해를 주지않도록

   퍼팅 후 홀컵에서 볼을 꺼낼 때마다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홀컵에서 최대한 멀리 서서 볼을 꺼내는 그의 매너까지....

  

<사진출처 : SBS골프 방송 촬영>  

<백스윙 탑에서 양팔이 만드는 그랙 노만의 견고한 삼각형> 

<바람에 모래 먼지 날리는 익스프로션샷의 진수, 그랙 노만의 벙커샷 !>

오래전 국내 마이다스밸리 8번홀이던가 ?,

키를 훌쩍 넘기는 그린사이드 항아리벙커 턱을 처음 대했을 때,

연달아 네다섯알의 공을 그린쪽 진흙벽에 때려 박고,

벽에 박힌 수 많은 공들을 발견하고서야 비로서 실력의 한계를 자인하며

턱이 낮은 뒤로 탈출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을 생각하다.

(파4홀을 열번만에 홀아웃?????)

<계란을 말아쥐듯 잡은듯 만듯한 그랙 노만의 퍼팅 그립>

 

2. 바람을 거스르지 말고 순응하라.

   세번째 라운드, 그린 위에서는 바람에 저절로 움직이는 공으로 인하여

  모든 선수들이 셋업에 애를 먹고 심판요원을 부르는 장면들이 속출했다.

  (셋업을 한상태에서 바람에 볼이 움직일 경우 1벌타를 부여하고

   볼은 원위치에 다시 놓고 쳐야한다.)

  국내 자유CC, 몇번 홀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기에 홈뻑 빠져있던 시절,

  그린 위에서 바람에 저절로 움직인 공으로 인하여 동반자와 Rule에 대한 언쟁으로

  게임을 망친 기억이 새롭다.

 

  국내에서는 그린위의 볼이 저절로 움직일정도로 거센 바람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The Open을 통하여 그린에서 바람에 움직인 공에 대한 Rule을 배우다.

  사실 본인이 아니고서는 자신의 퍼팅습관을 잘 모르는 외부인은 셋업을 한건지 아닌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애매하지만 우리는 외국 경기에서 자진 신고하여

  1벌타를 기록하는 소식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나부터도 돈이 왔다갔다 하는데 셋업한 이후에 저절로 움직였다고 자진신고해서

  타수를 까먹을 생각을 감히 하겠는가 ?

  그러나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규칙과 규범은

  모든 게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공정하고 공평한 결과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성을 위하여

  항상 모든 행동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또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실력있는 인재, 그러한 룰에 대한 소홀한 태도로 인하여 

  두번씩이나 제재를 당하는 실수를 보준 미셀위 선수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변에 인접하여 매경기 내내 강한 해풍이 부는 로얄버크데일GC에서의 경기는

  매홀 바람의 방향에 따라 드로우 구질 또는 페이드 구질을 구사하거나

  정면풍인 경우 7번 아이언으로 125야드를 보내는 넉다운샷을 구사하는 능력이

  이와 같은 링크스코스에서의 우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같다.

  페이드샷을 주로 구사하는 최경주프로는 이로 인해 3라운드부터

  페어웨이 적중율과 그린 적중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보다.

  물론 나 같은 아마추어들에게는 그런 코스를 접해보는 것조차

  그림의 떡이지만 ㅉㅉ

<최경주선수의 FR, 1번홀 세컨샷>

비록 첫홀 보기를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잔뜩 기대를 하며 한샷 한샷에 성원을 보내다. 

<리더보드에 살아 남을 것 같았던 17번홀 버디퍼트>

아아~ 최경주, 18번홀 쿼드러플보기 !!!.  새벽 세시 잠이 확 달아나다.

세번째날부터 우리의 호프 최경주선수의 퍼팅은

차고 올라가야 할 찬스에서 바람의 영향으로 매번 홀컵에 못 미치거나 근처에서 휘어버리더니

마침내 FR, 전반 내리 다섯홀 연속 보기를 범하더고는 무려 13타를 까먹고

리더보드에서 자취를 감추다.

 

3. 기회를 확신했을 때 과감히 도전하라.

   물론 승리를 확신할 경우 안정적인 코스매니지먼트가 필요할 수도 있으나...

   파5 17번홀, 이미 경기를 끝낸 이안 폴터에 두타차 앞선 +5를 기록하고 있던 파드릭해링턴은

   티샷을 페어웨이 한복판에 잘 보내고 세컨샷에 5번 우드를 꺼내 쇄기를 밖는 투온에 성공한다.

   두타뒤진 이안폴터는 로얄버크대일의 짖굳은 장난으로 인한

   연장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본부석에 대기하고 있는데,

   마침내 홀컵 1미터이내에서 집어 넣은 이글퍼트에 1홀을 남기고

   대회본부는 클라렛저그에 역대 챔피언의 이름과 함께 그의 이름을 새겨 넣다.

   만약 안전한 경기를 위해 그가 쓰리온 작전을 폈다면 ???

<교과서적인 파드릭해링턴의 스윙탑> 

<파5, 17번홀 회심의 세컨샷 임팩트 순간>

<마침내 2년 연속 그의 손에 들려진 2008 The Open Championship 우승컵 클라렛저그>

 

4. 이미지메이킹도 능력이다.

    세쨋날 경기, 전형적인 영국인의 버버리 바지를 입고 나타난 이안폴터.

    매년 필드의 멋쟁이로 통하는 선수, 풋조이광고모델로 걸맞는 선수는

    아마도 이안폴터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챔피언조보다도 더 오랜 시간 카메라의 초점을 붙들어 맨 인물.

    온방 가득히 골프화를 사놓고도 FJ 신발을 또 사와 몰래 어루만지다가

    아내에게 들켜 머쓱해하던 골프화광고의 이미지처럼

    경기내내 쉬지않는 그의 입을 카메라도 끈질기게 쫓아 다니다가

    마침내 바람속에 급했던지 숲속으로 실례(?)하러 가는 우리네와 똑같은 뒷모습을 보여주어

    오히려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다. 

<18번홀 세컨샷> 

<최경주가 우승했더라면 더욱 빛났을 본부석 국기게양대의 태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