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행운의편지 문자메세지에 울어버린 아내

가루라 2010. 10. 28. 12:11

집사람이 뜬금없는 문자를 받았나 봅니다.

전문을 보니 요즈음 유행한다는 신종 '행운의 편지' 문자입니다. 

 

"2010년 10월은 5번의 금요일 5번의 토요일 5번의 일요일이 모두 한달에 있습니다.

이건 823년만이라고 하네요.

8명의 좋은 사람한테 보내서 알려주면 4일안에 돈이 생긴데요.

중국풍수를 기초로 나온거라는데 안하면 사라진답니다.

부자가 되어야 할 당신에게 보내니 이거 보내고 부자되세요."

 

예전에 유행하던 '행운의편지'와 같은 패턴의 문자입니다.

 

여고동창 친구로부터 이 문자를 받은 집사람,

823년만에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8명의 좋은 사람에게 보내면 돈이 생긴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얼마 않되는 문자요금 대신 부자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단 한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두 동서와 동생의 댁,

그리고 옛날 아파트에 살던 엄마들 모임 멤버 5명에게 보냈더랍니다.

 

다음 날 아침,

집사람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대성 통곡하고 말았습니다.

집사람으로부터 행운의 문자를 받은 한 엄마로부터 온 전화 때문이지요.

나이가 한두살 많았던 탓에 집사람을 언니로 부르며

친동생처럼 잘 따르던 그 엄마가

누구 누구 보냈는지 묻고는

8명 중에 한명으로 자기를 꼽아 주어서 너무나 고맙다며

자신은 부자가 될 행운을 나누어 주어야할 8명을 고르다가

몇년전 상속문제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친언니의 전화번호조차 알 수 없다는 현실이 서러워서

대성통곡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것입니다.

문득 집사람도

동생의 댁에게는 문자를 보냈으면서

대면대면 지내는 단 한명 큰올케의 휴대폰번호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전화통을 붙들고 둘이서 한참을 울었다는 겁니다.

 

세상살이가 그렇습니다.

정말 그 문자를 받는 딱 8명의 사람에게만 부자가 되는 행운을 줄 수 있다면

그 행을을 꼭 주고 싶은 8명조차도 추리기는 어려운 것이지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 나가며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면

자신이 그의 모든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은

쉽게 자각하지 못하곤 합니다.

 

최초 발신자가 통신사였는지 누군지도 모르고

비록 사기성 문자라 비난 받아도

행운을 나누어 주고 싶은 8명을 선정해야 하는 과제는

좋은 의미로 우리를 둘러싼 삶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보낸 문자로 인하여 큰 부자가 되어도

아깝다거나 배가 아프지 않을 8명을

주저없이 고를 수 있나요 ?

혹은

꼭 보내야 할 사람인데

막상 문자를 보내려고 보니 휴대폰 번호도 모르고

내외하고 사시는 분은 없나요 ?

스산해지는 겨울 문턱에서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분들께 문자로나마 문안을 여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