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농사를 짓는 의미가 아닌 호박꽃과의 만남
작년 호박고자리를 만들며 파낸 호박 속을
집사람은 마당 한쪽을 파고 묻었다.
올 봄 무더기로 나온 호박의 싹을
그냥 파내 버릴 수가 없어서
줄기가 가장 실한 두어주를 담장 밑에 옮겨 심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 남은 호박구덩이는
깊고 넓게 판 둥근 구덩이에 잔뜩 쏟아 넣은 거름
그것이 집게손가락 굵기의 덩굴을
10여미터 이상 자라게 만드는 밑거름이었다.
그러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언감생심 그런 퇴비를 구할 수나 있으며
냄새나는 거름을 뿌려 줄 수나 있겠나.
그저 꽃이나 보자며 이식한 호박꽃
줄기조차 어린 조카의 새끼손가락 굵기지만
수꽃만 송이송이 피워 올리더니
드디어 골프공만한 호박이 세덩이나 달렸다.
도심 속 호박농사에 대한 기대는
화훼의 욕심에 덧칠을 하고
이제는 누런 호박이 담장위에 덩어리채로 앉을
올 가을의 상상으로 줄달음친다.
<호박꽃>
쌍떡잎식물 박목 박과의 덩굴성한해살이풀
학 명 : Cucurbita moschata Duchene
원산지 : 열대 및 남아메리카
꽃 말 : 해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