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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련화 한송이

가루라 2014. 12. 11. 14:55

5~6년전쯤 한련을 사서 마당에 심었던 적이 있습니다.

벌레가 너무 많이 꼬여서 그 이후로는 심은 기억이 없는데

느닷없이 금년에 한련 한포기가 싹을 티웠습니다.

꽃이 심어졌던 자리에 떨어졌던 씨앗이 자연발아 된 것인가 봅니다.

꽃줄기가 하도 가늘어서 꽃이나 제대로 필까 싶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화원에서 배양하는 것들은

대부분 영양이 많은 상토에 배양하여 뿌리나 줄기가 튼실하지만

마당의 마사토에서 싹을 티운 녀석이라 영양이 많이 부족했지 싶습니다.

 

화원에서 사다 심었던 한련은

보통 여름에서 늦가을까지 오래도록 꽃을 피우지만

이 아이는 10월 말이 되어서야 간신히 꽃 한송이를 피우고는 겨울을 맞고 말았습니다.

주인을 잘못 만난 탔이겠죠.

꽃을 사랑하는 주인을 만났으면 상토를 넣은 화분에 옮겨 심어지거나

거름을 충분히 뿌려준 땅에 이식이 되었을 터인데

자연상태 그대로 두고 살던지 죽던지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주인을 만났으니...

 

<한련(旱蓮)>                                    

쌍떡잎식물 쥐손이풀목 한련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

학   명 : Tropaeolum majus L.

원산지 : 볼리비아에서 북부 콜럼비아에 이르는 안데스산맥(페루, 브라질), 멕시코

이   명 : 승전화(勝戰花), 금연화, 한금연, 금련화, 겨울금매화

영   명 : Indian Cress, Garden Nasturtium, Tall Nasturtium, Monks Cress

효   용 : 원예용, 관상용, 꽃을 완성된 음식 위에 토핑하거나 샌드위치로 식용한다.

           꽃과 잎을 샐러드로 먹는다.

자녀를 양육하거나 화초를 키우는데 왕도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는 기본적인 토양이나 환경만을 제공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식물도 자연상태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변이를 일으키듯이

사람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다 보면

성격도 태도도 모두 바뀔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머리 속에 어거지로 집어 넣은 지식은 산 지식이 아니라 뿌리가 없이 죽어 있는 상식일뿐이어서

다른 변수가 주어지면 거기에 대처하기 힘들어 하는 것을 사회생활 속에서 늘상 봐왔기 때문입니다.

삶의 왕도, 삶의 지름길은 없다고 배웠지만

오늘날 보여지는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부모를 잘 만나서 재벌의 총수가 된 2세들이나 독재자의 권력이나 왕권을 세습하는 2세들...

그 외에도 부모의 후광이나 적극적인 보살핌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앞선 출발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 남들은 어렵게 구비구비 돌아가는 인생길을

지름길로 가로질러 가고는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왕도인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나도 때로는 우리 아이들에게 지름길을 제공해주는 부모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젊었을 땐 소도 잡아 먹을만큼 호기롭다 생각했었으나

막상 인생을 정리해야하는 후반기에 와서 자신과

아이들을 보니 그런 생각도 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네요.

가물어 마른 땅에 피는 연꽃이라는 의미를 지닌 한련(旱蓮)

주인의 손길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마당의 흙속에서 몇년을 보낸 후

비로소 스스로 싹을 티우고 꽃을 피워낸 강인한 꽃

한련을 보면서 진정한 삶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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