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낮달맞이꽃은 흐드러지게 많이 피는 데다가
낮에 활짝 피는 꽃이 크기도 해서 심트렁해 하던 제게
구파발 야생화집 여주인이 애기달맞이꽃이라고 내밀었던 풀 한포기.
자신의 화원 밖에 핀 것이라며
그냥 가져가라는 호의에도 큰 감동 없이 받아왔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우리집 마당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인 애기달맞이꽃과는
이파리부터가 달랐기 때문이었죠.
<분홍애기달맞이꽃>
쌍떡잎식물 도금양목 바늘꽃과의 두해살이풀
학 명 : Oenothera rosea L'Her. ex Aiton
원산지 : 북부멕시코, 미국 텍사스
영 명 : rosy evening-primerose, pink eveningrose, Rose of Mexico
작년에 마당 한 켠에 심어 놓고 까맣게 잊고 있던 어느 날
키 큰 금계국 사이로 작은 분홍 꽃 한 송이가 보였습니다.
그 자리는 작년에 그 애기달맞이꽃이라는 것을 심어놓았던 자리였고
꽃의 모양도 영락없는 분홍낮달맞이꽃의 축소판이었습니다.
꽃의 크기는 고작해야 2cm도 채 되지 않을만큼 작고
햇빛에 투명해 보이기까지 하는 옅은 분홍색 꽃이 앙증맞기 그지 없습니다
게다가 분홍낮달맞이꽃과 다르게
잎자루사이에서 달랑 꽃대 하나씩을 올려
총상꽃차례로 한 송이씩 감질나게 꽃을 피우니
그 귀엽고 귀함은
분홍낮달맞이꽃이나 황금낮달맞이꽃에 견줄 바가 아닙니다.
올봄 꽃도 몇가지 사고 고맙다 인사도 하려 그 야생화집을 다시 갔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입원해서 가게는 닫혀있었습니다.
그 분이 건강을 회복해서 좋아하는 야생화와 함께 하는
건강한 생활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네갈래로 갈라진 암술머리 감싼
8개의 수술에 넘쳐나서 거미줄처럼 뭉쳐있는 노란 꽃밥까지도
신선해 보입니다.
총상꽃차례로 드문드문 꽃이 피다보니
벌써 입을 꼭 다물어 단단해 보이는 종자가 달렸네요.
보통의 달맞이꽃은 두해살이풀이지만
아래의 노란 꽃을 피우는 애기달맞이꽃은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이것 역시 낮에 꽃이 피니
애기낮달맞이꽃이라 부르는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분홍애기달맞이꽃도 낮에 핀다고
분홍애기낮달맞이꽃이라 부르기도 하나 봅니다.
이 아이가 여러해살이풀인지 두해살이풀인지는
금년이 지나봐야 알겠습니다.
작년에 옮겨 심었으니 말이지요.
맘씨 곱게도 파는 상품이 아니라고 거저 준 야생화집 주인의 고마움을 잊지 않도록
잘 키워봐야겠습니다.
그 분의 야생화 같은 꿋꿋한 건강을 기원하면서...
<애기달맞이꽃 Oenothera perenn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