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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이상-

가루라 2010. 11. 9. 22:58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상의 시 <거울>에서

북한산 둘레길 평창동구간

어느 집 담장에 붙여진 유리알처럼 말끔한 거울을 보았소

사각지대를 위한 보통의 교통안전용과는 달리

예술작품처럼 세개가 나란히 붙여진 거울을 보다가

문득 거울 속의 나를 보았소

지금껏 바쁜 생활에 쫓기어 바로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들이

세개의 거울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소

 

무기력하게 현실밖으로 돌려세워져버린 50대 후반의 나

꿈속에서조차 그런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는듯한 표정의 내가 있소

 

거울 밖의 나는 하나였지만

거울 속의 나는 셋이었소

아니 아홉이고 스물일곱이었다가 여든하나가 되고.....

그리고 또 ....

이제는 셀 수조차 없는 내가

거울 속에 울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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