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진/풍경사진

선자령 빙고대

가루라 2017. 3. 2. 00:59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은 상(霜)고대나

눈이 내려 그대로 얼어붙은 설고대(눈꽃)는 자주 보았지만

안개나 비가 얼어붙어 얼음으로 뒤덮힌 빙고대는 처음 보았습니다.

나뭇가지는 물론 밑둥까지도 온통 투명한 얼음으로 뒤덮혔습니다.

선자령 정상에서 만난 빙고대를 사진으로 모아 올립니다.

사실 국어사전에 상고대라는 단어는 실려 있지만

빙고대나 설고대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약간씩 다른 형태를 보고 산객들이 붙인 이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자연지리학사전의 설명을 보면

상고대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승화하거나

0℃ 이하로 급냉각된 안개·구름 등의 미세한 물방울이

수목이나 지물(地物)의 탁월풍이 부는 측면에 부착·동결하여 순간적으로 생긴 얼음으로

수빙(樹氷)이라고 하며 새우꼬리모양이다.

상고대에는 수증기의 승화로 생긴 얼음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나무서리(樹霜, air hoar)와

과냉각의 정도가 강한 물방울의 동결에 의하여 생긴 백색의 불투명한 부서지기 쉬운 연한 상고대(soft rime),

과냉각의 정도가 약하고 입자가 큰 물방울의 동결에 의해서 생긴 반투명 또는 비교적 단단한 굳은 상고대(hard rime)가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출처 자연지리학사전>

그러나 선자령의 빙고대는 자연지리학사전에 설명된 세가지 성상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나무의 본줄기에는 바람부는 방향에만 두껍고 투명하고 매끄러운 얼음이 감싸고 있고

잔가지는 투명하고 미끄러운 얼음이 가지를 통채로 둘러싸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상에 납짝 엎드려 있는 잔디의 마른 입에도

마치 고드름이 거꾸로 달리듯 얼음이 하늘을 향해 달려 있습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낙엽송은

온통 얼음에 뒤덮혀 하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변했습니다.

이런 모양을 보고 같이 갔던 일행 중 한 분이 빙고대라고 말하더군요.

상고대는 들었어도 빙고대라는 말은 처음 들어서

그게 맞는지 궁금했었습니다.

자료를 찾아 보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국어사전에 수록되지 아니한 신비한 자연현상으로

빙고대는 등산객들이 보통 부르는 말쯤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부스러지는 상고대나 설고대와 달리

차갑게 미끌어지기만 할뿐 그대로 달려 있는

말 그대로 얼음인 이것의 이름을 빙고대로 부르는 것이 왠지 정겹게 들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상을 빙고대라 부르면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적합한 새로운 단어가 하나 또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요?

보통 선자령은 눈꽃산행으로 유명한데

눈은 응달이나 나무 그늘에만 조금 있어서 눈꽃산행이 될 수가 없었던 날.

눈꽃 대신에 신기한 빙고대에 기분 좋은 산행이 되었습니다.

겨울이면 마이산의 어느 사찰에서 밖에 내어 놓은 물대접에

고드름이 거꾸로 달리는 현상을 TV로 보여주곤 했습니다.

중력의 법칙을 거스른 신기한 고드름을 보듯

나무즐기와 가지를 감싸고 있는 얼음에 자연의 위력을 다시한번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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