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층층잔대

가루라 2017. 9. 22. 00:49

5년전 연천에서 가져다 심은 층층잔대.

작년에는 길게 자라던 꽃대를

철쭉 전정 중에 실수로 잘라버리는 바람에

꽃을 볼 수 없었습니다.

올해는 기다란 꽃대가 무려 세 개가 올라오더니

꼴뚜기처럼 보이는 꽃봉오리가 주렁주렁 달려서

제대로 꽃을 즐기나 했었습니다.



<층층잔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학   명 : Adenophora verticilata Fisch(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Adenophora radiatifolia Nakai(두산동아백과사전)

분포지 : 한국 전역, 만주, 중국, 아무르, 우수리, 몽고 등지

서식지 : 산과 들

꽃   말 : 감상, 은혜

효   용 : 이린 잎과 뿌리를 식용한다. 도라지, 더덕처럼 생긴 뿌리는 나물로 먹고

           한방에서 사삼(沙蔘)이라 하여 진해, 거담, 해독 등에 처방한다.

지나친 봄철 가뭄과 여름의 긴 장마 탓이었는지

마당에 미국선녀벌레가 창궐하여 

하얀 진액이 온통 층층잔대줄기까지 덮고 있었습니다.

<인왕산 층층잔대>

그래서 우리집 마당에는 약을 사다 직접 뿌리고

집 근처에 있는 아카시나무나 다른 키 큰 활엽수들의 방재는

보건소에 연락했더니 방재차량이 출동해서 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는 장마통에 마당에 자란 잡초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집사람에게 맡기고

예년처럼 저는 철쭉 전정작업을 시작했었지요.

야생화를 잘 모르는 집사람이

미국선녀벌레의 하얀 진액이 묻어 있는 층층잔대 꽃줄기를 꺾어버릴까 싶어

풀을 제거할 때 조심해서 하라 상기시켜 주었었지요.

전정가위의 도움으로 깔끔해진 철쭉과 마당을 둘러보던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층층잔대를 잘 몰랐던 집사람이

미국선녀벌레의 하얀 수액이 묻어 있는 것이 지저분해 보인다 싶었는지

꽃줄기를 댕강 잘라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미리 상기시켜 주었는데도

도데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 거냐며

예전에 큰꽃으아리 줄기 밑둥을 모르고 잘라버렸던 얘기까지

나도 모르게 또 꺼내들었습니다.

급기야 울상짓는 집사람의 표정을 보고서야

비로소 버럭하는 성질머리가 또 터졌음을 직감하고

집사람을 달래느라 진땀을 쏟아야 했어지요.

마당에 일을 하러 나가면

거들겠다고 매번 따라나서지만

그 때마다 사고를 한 건씩 치는 바람에

벌써 여러차례 반복되어 왔던 일들입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젠 집사람도 나이가 나이니만큼

출산 후유증으로 인한 치매 초기증상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꺾어버린 층층잔대 줄기의 잎겨드랑이 사이에서

새 꽃대가 나와서 오히려 이렇게 더 많은 꽃들을 피웠습니다.

집사람의 기억도 이 처럼 리셋해서 맑아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위자연 > 植物世上'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일초키우기  (0) 2017.09.30
큰세잎쥐손이  (0) 2017.09.25
붉나무  (0) 2017.09.19
2017 뻐꾹나리  (0) 2017.09.16
제비동자꽃  (0) 2017.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