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까치밥 풍년

가루라 2017. 12. 3. 23:59

마당에 오래된 단감나무 한그루

작년에 해걸이를 해서였었는지 태풍이 없어서였었는지

올해 가장 많은 열매가 달렸습니다.

추석 전에 네접(400개)여 정도를 따고는 손을 댈 시간이 없었습니다.

추석 연휴에 어머님을 뵈러 갔던 길에

휠체어에 의지하시는 어머님을 안아서 승용차로 옮겨

응급실을 가느라 몇번을 옮기는 과정에서 허리를 다친데다가

주말마다 애경사에 가느라 감을 딸 시간도 전혀 내지 못하고는

된서리를 맞고 말았습니다.

2주전 오전에 시간을 내어 간신히 아랫쪽 것만

장대가위로 800여개를 따내고는 오후에 또 예식장으로 달렸지요.

나무위로 올라가 따는 것은

요즈음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허리도 걱정이 되어 엄두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머지는 그대로 까치밥으로 두기로 했습니다.

미처 따내지 못한 나머지가 한 스무접은 조히 되어 보이는데도 말입니다.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것을 집사람도 한사코 말리기도 했구요.

우리집 단감나무의 당도는 시중에서 사먹는 어느 단감보다도 더 달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쉽기도 했지만

덕분에 새들은 올 겨울 먹이 걱정은 덜할 것입니다.

단감

단감

약을 전혀 치치 않은 무농약 단감이라

못생기고 벌레도 먹었지만

우리집 단감을 맛본 이웃들 모두가 인정하는 단감의 맛은

새들조차도 땔 수가 없는 중독된 맛인가 봅니다.

떼로 몰려다니는 가장 많은 참새들은 물론

참새

참새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물까치도 떼로 몰려왔습니다.

물까치들은 지금까지 우리 동네에서 본적이 없었거든요.

단맛이 얘들에게도 소문이 난 것인가 봅니다.

텃주대감인 직박구리와 멧비둘기도 예외가 아니었죠.

배를 불린 멧비둘기는 최대한 부풀린 겨울털로 무장하고

느긋하게 오수를 즐기나 봅니다. 

집 근처 아카시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까치와

흔하게 볼 수 있는 박새와 쇠박쇠는

제집 드나들듯 드나들고

좀처럼 보기 힘든 청딱따구리, 쇠딱따구리까지 보입니다.

박새 

쇠박새 


까치밥이 이 정도 풍년이면

까치는 물론 온갖 새들이 다 날아올 것 같습니다.

덕분에 참새방앗간이 한동안 새들의 낙원이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연이 준 선물이니

이 정도는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유난히 제 마음이 따뜻해지는 올 겨울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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