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사마귀풀

가루라 2019. 9. 19. 00:01

몇년 동안 물 속에 잠겨있던 수련분을 물 밖으로 꺼내자

올해 처음 나타난 사마귀풀의 아름다운 꽃입니다.

어린시절 논두렁에서 익히 보았던 풀이었지만

꽃을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아마도 개체수가 늘어나면 삽시간에 논을 뒤덮어버리기 때문에

보이는 족족 할아버지께서 뽑아버려서

꽃을 볼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마귀풀>

외떡잎식물 닭의장풀목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

학   명 : Aneilema keisak (Hassk.) Hand.-Mazz.

원산지 : 한국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티베트

서식지 : 논, 연못, 냇가 등 습지

효   용 : 해열, 이뇨, 양혈(凉血), 소종의 효능이 있어 전초를 햇빛에 말린 수죽채(水竹菜) 또는 수죽엽(水竹葉)을

            해수, 간염, 고혈압, 인후염, 악성종양 등에 달이거나 즙을 내어 마시면 효험이 있다.

닭의장풀속 풀인만큼 이파리를 보면 닭의장풀과 비슷합니다.

아무리 갖춘꽃이라 해도 이렇게 완벽한 꽃이 있을까요?

꽃이 그리 크지 않지만

매크로촬영으로 확대해 보면

그 아름다운 구조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홍자색의 둥근 꽃잎 석장

암회색이었다가 꽃밥이 피어나면서 청색으로 바뀌는 세개의 수술

그리고 아름다운 보석같은 자주색의 헛꽃밥을 달고 있는 세개의 짧은 헛수술

수술과 씨방을 둘러싼 가느다랗고 빽빽한 털

정확하게 꽃잎 사이에 펼쳐진 꽃받침 석장

수술과 같은 높이로 솟아오른 한개의 암술

위에서 들여다보거나

옆에서 바라본 모습 모두가

황홀하고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종을 번식시키는데에는

단순히 암술과 수술만 있으면 될 터인데

다른 꽃에서 흔하지 않은 헛수술과 솜털을 무슨 역할을 할까요?

꽃을 찾는 매개곤충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인식할 리는 없으니

사마귀풀은 스스로를 바라보아 주는 인간을 위해

저리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걸까요?

그럼에도 이름은 끔찍한 사마귀풀이라니요!

농부의 눈에는

한낱 잡초에 불과한 사마귀풀이

이처럼 아름다운 꽃을 가졌다는 것을 인식하기에는

농삿일이 너무도 고되고 바쁜 것이겠지요.

그러니

농삿일이 힘들 때 논두렁에 앉아

담배쌈지를 꺼내어 곰방대에 잎담배를 채우며 잠시 쉬셨던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의 논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있음을 아셨을까요?

자연은 늘 그렇게 말없이

우리 곁에 있음에도

일상에 바쁜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치지요.

물 속에 그렇게 오랜동안 있었음에도

썩지 않고 싹을 티운 놀라운 생명력으로.

은퇴하고서야 눈을 돌린 자연 속에서

왜 그리 살았느냐 묻는 자연을 통해 나 자신을 봅니다.

정말 왜 그렇게 살았을까요?

남은 게 아무 것도 없는데...

평생 죽어라 일했지만

정작 떠날 때는 아무 것도 가지고 갈 수 없는데...

사마귀풀은 이렇게 종자라도 남기는데

바쁘고 힘든 일에 치어 사는 분들께

주변의 잡초를 폰카로 확대해서 들여다 보기를 추천합니다.

예전에는 폰카에 그런 기능도 없어서

그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지만

요즈음 나오는 폰은 접사기능이 훌륭해서

카메라만큼 선명하고 확대된 사진을 담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 속에 숨 쉬고 사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 수 있도록


'무위자연 > 植物世上'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엽풍란 꽃피다  (0) 2019.09.24
주홍서나물  (0) 2019.09.21
산층층이  (0) 2019.09.17
올챙이고랭이  (0) 2019.09.10
비누풀(소우프워트)  (0) 2019.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