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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설경

가루라 2021. 2. 9. 00:01

#덕수궁 설경

덕수궁을 찾았던 게 얼마만인지?

5~6년도 훨씬 넘었지 싶다.

그것도 눈 내린 덕수궁은 처음이다.

노랫말 덕수궁 돌담길에 끌려

가을에나 찾았었는데...

서울에 5대 궁궐 중 경희궁 다음으로

잔혹사가 많은 궁궐이다.

경희궁은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지만

그나마 덕수궁은 누더기처럼 살아남았다.

일제의 악랄한 민족문화 말살의 틈바구니에서

덕수궁 중문인 중화문에서

정전인 중화전을 둘러싼 행랑은 다 사라지고

동쪽 행각 일부만 남았다.

어디다 궁성의 경계인지 알 수가 없이

뼈대만 일부 남은 꼴이다.

그 잔해 같은 궁궐에 하얀 눈이 내렸다.

그래도 도리아식 기둥에

유럽식 석조건물로 지은 대한제국의 석조전은

흰 눈 속에 이국적 정취를 풍긴다.

모스크바 크렘린의 독특한 꾸뽈양식지붕의 성당들이

제정러시아의 건축기술로는 감당이 안되어

유럽의 건축기술자를 초빙해서 지었지만

그래도 러시아의 독특한 특징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1910년 완공한 석조전도 그렇고

1938년 완공한 석조전 서관인 '이왕가미술관'도

유럽의 건축물을 그대로 옮겨왔을 뿐

우리나라 고건축과 결합된 독창성은 볼 수 없다. 

그래서 궁궐이라기에는 화려한 단청도 없이

중층으로 서있는 석어당(昔御堂)이

훨씬 더 돋보인다.

회랑으로 연결된 준명당(浚明堂)과 즉조당(卽祚堂)

단청이 없는 석어당과 배치도 독특하다.

애당초 월산대군의 사가였던 것을

임진왜란에 피신했던 선조가 임시 행궁으로 쓰면서

궁궐로 편입되었으니

정통 궁궐 건축기법과 배치로 지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덕홍전과 함녕전도 섬처럼 남겨져 있다.

행랑 일부에 둘러 싸인 채

원래 경소전(景昭殿)이었던 것을

일본의 낭인들에게 시해된

고종황제의 왕비 명성황후의 시신과 신주를 모실 혼전으로 지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신주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1912년 고종황제의 알현실로 고쳐 덕홍전(德弘殿)이 되었다.

덕홍전 옆에는 침소인 함녕전(咸寧殿)이 있다.

덕수궁내 서양식 건축물 중 하나인 정관헌(靜觀軒)

고종의 연유(宴遊)와 피정 장소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서양식 건축물에 고건축기법인 팔작지붕을 가미하여

1900년 경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덕수궁 경운지는 아직도 얼음에 덮여 있는지

쌓인 눈이 그대로 연못을 덮고 있다.

가을과 여름에 몇 차례 찾은 적은 있지만

눈 쌓인 겨울의 덕수궁은 처음이다.

서울의 5대 궁궐 중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에 이어

이번에 덕수궁의 겨울을 보았으니

다음에 눈이 오면 경희궁을 가봐야겠다.

그리고 꽃 피는 봄의 덕수궁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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