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실계곡 #백사실터 #백사실계곡단풍
햇빛이 없었다면
단풍이 저리도 곱게 빛날까?
나무는 무거웠던 옷을 벗어던지기 위해
온몸의 에너지를 이파리로 다 보내는 것일까?
그리하여 불타는 몸으로
장열하게 전사하는 낙엽
며칠 전 갔었을 때는
햇빛이 없는 힘아리 없어 보였던 숲
몇몇은 벌써 낙엽이 지고 있지만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빛깔이다.
계곡 저 안쪽까지 물든 단풍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쌓인 낙엽은
아이들의 좋은 놀잇감이다.
어린이집 원아들을 데리고 나온 선생님
인근 아이들의 복이다.
비록 예전의 건물은 사라지고
주춧돌만 남았지만
산천 경계 좋은 건 귀신같이 알았던
옛사람들
누마루에 앉아
연못을 내려다보며
풍류를 즐겼을 그 사람들
예전에는 물이 고였을 연못에
낙엽만 켜켜이 쌓였다.
게다가 홍지문터널이 뚫린 후
우기를 제외하고는
연못에 물이 고일 날이 없다.
육모정에 앉느니
차라리 연못에 발을 담그고 앉았더라면 더 좋았을까?
정자에 앉아 읊는 시조가 더 맛깔스러웠을까?
오가는 사람들이 돌탁자로 썼었던 곳에도
낙엽이 우수수 쌓였다.
점점 짙어가는 가을
이브 몽땅의 'Autumn Leaves'를 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