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대부분의 모임 취소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늘어난 시간 때문에 예전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백사실계곡의 봄을 만끽하게 된 것도 어쩌면 코로나가 준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찾았던 백사실계곡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행동반경이 제한된 사람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늘 그렇듯 버들강아지의 뽀얀 솜털에 붉은 꽃밥이 피기 시작하면 산자락에는 진달래, 생강나무도 꽃을 피우고 누군가 심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미선나무도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키 작은 나무들에 이어 아그배나무, 산벚나무와 아카시나무를 타고 오른 등나무까지 꽃을 피우면 백사실 계곡의 봄은 절정으로 달린다. 백사실계곡 상류 얕은 물 속에는 탄생의 봄을 준비하는 또 다른 생명들이 꿈틀대고 있다. 집을 모래알로 온통 감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