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일요일 11월 16일 오후
모처럼 집근처에 있는 인왕산 나들이를 가다.
부암동동사무소 앞 골목을 통해 오르는 길에
어느 집 담장밑에서 11월 중순에 만개한 꽃담배를 만나다.
오래 전 벽초지 수목원에서 이 넘을 처음 대했을 때도 그랬지만
담배꽃에 대한 추억이 아련하다.
1960~70년대 대부분의 농가의 주 소득원 중 하나가 담배재배이었던 때.
밭작물로 담배를 심고, 물 주고, 담배잎을 때어 낼 정도로 키가 자라면
극성스럽게 잎과 줄기를 갉아 먹는 엄지손가락 굵기만한
담배벌레를 잡기 위해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
담배벌레는 해뜨기전 이른 새벽에 담배나무의 꼭대기
새순을 댕강 잘라 먹어서 더 이상 키가 자라지 못하게 만들곤 해서
반드시 그 놈이 나타나는 새벽에 떠지지 않는 눈꺼플을 억지로 비비고
밭에 나가가서 유리병 속에 살진 담배벌레를 잡아야만했다.
그 뿐인가 ? 꽃이 피어버리면 키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되어
양질의 잎을 더 이상 채취할 수 없게 되어 이른 새벽에 밭에 나가
올라오는 꽃대를 잘라 내어야만 더 많은 돈이 되었으므로
어린 내가 아침에 그토록 일어나기 힘들어 했음에도
할아버님은 커다란 눈깔사탕으로 날 유혹하곤 하셨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담배나무.
요즈음 담배 경작 농가가 줄어 담배꽃을 구경하기 힘들던 터에
원예종인 꽃담배를 보는 것은 어린 시절 할아버님고 함께했던
기억의 한 조각을 떠오르게 하는 즐거움이 있다.
6~8월에 피는 꽃담배가 계절을 상실하고 11월에 만개한 것도
과거를 상실한 인간들에게 주는 의미있는 메세지인가 ?
<꽃담배>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과의 한해살이풀
학 명 : Nicotiana sanderae
원산지 : 브라질 원산 인공교배종으로 1957년에 도입
개화기 : 6~8월에 흰색, 노란색, 엷은 분홍색, 자주색으로 핀다.
크 기 : 약 1m로 잎모양 등 겉모양이 담배와 비슷하나 크기가 훨씬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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