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화원에서 사다가 마당에 심었던 바람꽃.
잎파리없이 눈속에 꽃대만 오롯이 솟아나는 우리 꽃인 변산바람꽃이나
너도바람꽃 같은 깔끔한 맛은 없으나
7~8월에 피는 원예종이라 마당에서 겨울을 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지난해 늦 가을, 깨진 기왓장 위에 옮겨 심었드랬습니다.
딱히 놓아 둘만한 장소가 없어서
이중창 사이의 창틀에 올려 놓았더니
웃자란 가녀린 꽃대 끝에 드디어 바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소분에 담아 놓아둔 무늬꽃다지, 다육이, 황금송엽국, 바위장대도
차츰 제 색깔을 내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마당에서 자라는 것과는 달리
양육 조건이 썩 좋지 않은 탓에 전초가 비실비실 힘이 없어 보여
말 그대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여려 보입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마당의 잔설이 따뜻한 봄볕과 바람에 녹을 때 쯤이면
바람처럼 꽃잎이 날려 사라질 것이고
여리디 여린 줄기와 잎을 보면 아무래도 못할 짓인듯 싶어도
이제는 마당에 그대로 심어두어 노지에서 겨울을 나게 할 생각이나
어쩌면 올해는 여름에 꽃을 한번 더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