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옥잠화

가루라 2011. 10. 3. 00:48

<옥잠화>

해마다 잊지 않고 마당에 진한 향기를 가득 채워 주는 옥잠화

더구나 밤에 피는 꽃이라

무거운 향기는 마당에 낮게 깔리어 오랜시간 머무는 탓에

가벼운 미풍이라도 부는 날이면

아무리 극성스런 모기떼에 시달려도

향기에 취해 마당을 쉽게 떠날 수 없게 만든다.

 

나팔모양의 티끌없이 하얀 순백 꽃조차

더할나위없이 고귀하지만

안타깝게도 밤에 피었다가

아침 나절에 시들어 버려서

온전한 얼굴을 제대로 담기가 힘들다.

 

그래도

잎파리의 모양이 비슷한 비비추는

안사람에게 홀대를 받아

마당 안쪽 구석진 곳으로 쫓겨나도

옥잠화는 늘 현관 가까운 곳

현관을 나서자마자 바로 눈에 띠는 장소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어떤 자리에 머물러도 오래도록 향기가 남는 사람

그런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씨알의 소리를 전파하셨던 함석헌옹이나

무소유를 설파하셨던 법정스님같은 분 말이다.

 

물론

세속의 물욕이 사람의 향기를 오염시킬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저마다의 향기를 지닌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미소가 절로나는 그런 이야기에 다들 감동을 느끼는 것 보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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