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개기월식 사진

가루라 2011. 12. 11. 22:55

메스컴이 발달한 이후로

일식이다 월식이다해서 떠들썩 했지만

제대로 본 날이 없었다.

일식이니 월식이니 하는 용어조차 몰랐던 어린시절

어른들은 오랑캐가 달을 물어 갔다했다.

오랑캐라는 용어로 대변되던 흉한 모양

얼굴을 꿰맨 그림으로 형상화되던 괴뢰군

이성이 정확하게 자리 잡을 수 없었던 시절

우리는 정서적으로

오랑캐와 괴뢰군과 순사의 형상에 가슴 졸이며 살아야 했던

불편한 진실

 

이제는 유치원생조차도 오랑캐가 달을 물어갔다는 말을

코미디하는 거냐 웃을 현실

과학은 때로 낭만을, 감성을 앗아가는 것인가.

 

<2011년 12월 10일 오후 7시 12분 정상적인 보름달이 떳다.> 

<2011년 12월 10일 오후 11시 04분 오랑캐가 달을 거의 삼키기 직전이다.> 

 <2011년 12월 10일 오후 11시 16분 달을 삼킨 오랑캐의 얼굴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2011년 12월 10일 오후 11시 17분

아, 달을 삼킨 건 정말 오랑캐였다.

그것도 시린 달빛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오랑캐였다. 

 

달을 삼킨 오랑캐는 구름담장 너머로 숨어버려

더 이상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니콘 D80 135mm로 줌해서 크롭한 11년만의 개기월식 사진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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