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컴이 발달한 이후로
일식이다 월식이다해서 떠들썩 했지만
제대로 본 날이 없었다.
일식이니 월식이니 하는 용어조차 몰랐던 어린시절
어른들은 오랑캐가 달을 물어 갔다했다.
오랑캐라는 용어로 대변되던 흉한 모양
얼굴을 꿰맨 그림으로 형상화되던 괴뢰군
이성이 정확하게 자리 잡을 수 없었던 시절
우리는 정서적으로
오랑캐와 괴뢰군과 순사의 형상에 가슴 졸이며 살아야 했던
불편한 진실
이제는 유치원생조차도 오랑캐가 달을 물어갔다는 말을
코미디하는 거냐 웃을 현실
과학은 때로 낭만을, 감성을 앗아가는 것인가.
<2011년 12월 10일 오후 7시 12분 정상적인 보름달이 떳다.>
<2011년 12월 10일 오후 11시 04분 오랑캐가 달을 거의 삼키기 직전이다.>
<2011년 12월 10일 오후 11시 16분 달을 삼킨 오랑캐의 얼굴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2011년 12월 10일 오후 11시 17분
아, 달을 삼킨 건 정말 오랑캐였다.
그것도 시린 달빛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오랑캐였다.
달을 삼킨 오랑캐는 구름담장 너머로 숨어버려
더 이상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니콘 D80 135mm로 줌해서 크롭한 11년만의 개기월식 사진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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