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소강 상태였던 날
집 근처 천변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갈수기에는 거의 건천이었던 곳에 물이 콸콸 흘러
하천은 용기백배하여 내달립니다.
그러나
긴 장마로 넘쳐나는 물로 인해 풀들은 지쳐가고
작은 나무들조차 제 빛을 잃을 지경입니다.
제방위에 서있는 말라죽은 망초대를 타고
달팽이 한마리가 무작정 위로 위로 기어 오릅니다.
달팽이는 그 끝이 어디인지 아직은 모릅니다.
느릿느릿하지만 그저 최선을 다해 오를 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기어 올라 정작 망초대 끝에 다다랐을 때
달팽이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이제 더 이상 올라 갈 수 없는
설사 달팽이가 더 기어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있다할지라도
그것이 달팽이가 갈 수 있는 정해진 끝이라면.....
오늘날 오십대의 삶이 이 달팽이와 다를게 있었나 생각해봅니다.
평생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회사에 모든 것을 걸고 그저 일만 바라보고 살았던 30년
며칠을 날을 새워도 될만한 체력과 켜켜히 쌓인 경륜조차
나이라는 숫자에 덧씨워져 보이지도 않을 즈음
정작 그 때가 되어서야 그 끝이 왔음을 알았습니다.
망초대 끝을 향해 기어 올라 가던 달팽이처럼
꼭대기에 도달해 길을 잃었습니다.
'철새는 날아가고(El condor pasa)'의 한 구절을 읊조려봅니다.
달팽이가 되기 보다는 참새가 되고 싶었다고....
(I'd rather be a sparrow than a sn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