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가루라 2014. 2. 5. 12:59

가까이 있는 걸 더 소홀히 여길 수 밖에 없었던 탓이겠죠.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았네요.

늘 지나치면서도 그저 관심있게 보지 않았던 탓일까요?

복식이며 장구며 모든 것이 왕조의 의궤를 따라 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만

그 시대에 색감이 투박하고 소박했던 일반 백성들의 하얀 무명 옷차림에 비추어

무장들의 복색이 얼마나 화려하고 위엄있어 보였을지 느껴집니다.

마침 광화문을 지나던 시각이 오후 세시쯤이어서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과 광화문 파수의식을 한데 묶은 수문장행사를 눈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이겠지만

모처럼 미세먼지 없었던 쾌청한 주말이라 내국인 관람객들도 많았지 싶습니다.

광화문 밖은 물론 안쪽 흥례문 앞 광장에도 의식행렬이 나아갈 동선을 제외하고

T자형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 있네요. 

파수꾼들이 교대하는 광화문 파수의식은 오전 11시, 오후 2시 그리고 오후 3시 하루 세번 진행됩니다.

그 중 오후 3시에 펼쳐지는 파수의식은 문안으로 연결되어 경복궁 수문장교대식으로 이어져서

가장 긴 행렬과 의식을 볼 수 있게 된답니다.

그러고 보니 광화문 앞에서 파수교대의식으로 왔다 갔다하는 행렬은 여러 차례 보았었나 봅니다.

자세히 보니 지휘관은 오른손에 등채를, 왼손에는 환도를 들고 전립을 썼는데

병졸은 왼쪽 허리춤에 환도와 활을 담은 동개를 차고, 등에 화살을 채운 전통을 비끄러매고 호수를 꽂은 주립을 쓰고 있네요.

거기에 언월도와 장창까지....

국학도감에서나 보았던 왕조시대 군장과 군졸의 복색, 장구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흥례문 앞에는 정말 많은 인원이 이 의식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문 앞 광장에서 펼쳐지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오전 10시, 오후 1시, 그리고 광화문 파수의식과 함께 치러지는 오후 3시의 수문장행사가 있답니다.

오후 3시에 가야 이 두가지 행사를 동시에 볼 수 있겠네요. 

왕조시대의 이러한 의례들이 기록되었을 외규장각의궤가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강화도에서 약탈되었다가

오랜 반환 협상 끝에 2011년 145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우리나라로 돌아 왔었죠.

약탈되고 밀반출되어 해외 여기 저기에 숨겨진 우리나라의 문화재들

특히 그 중 기록문화재들은 우리의 옛날 생활상이나 관습, 의식들을 살펴보고 되살리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입니다.

이러한 의궤의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되는 왕조시대의 의식들이 국민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오래 전승되었으면 좋겠네요. 

1969년 중학교 시절 당시 500원에 샀던 이훈종 편저 일조각에서 발행한 <국학도감> 개정 2판을 보며 자랐었습니다.

우리 문화 유산이 철저히 말살되고 유린되었던 일제 암흑기가 초래한 우리 것에 대한 무지몽매가 안타까웠던 편저자가

국문학을 연구하는 와중에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펴낸 일종의 근대의 잡학사전 같은 책이었지만

우리 생활에 밀접한 의식주는 물론 생산활동에 필요한 여러 것들의 도형과 그림, 사진들을 한데 모아 두어서

내 주변에서 조우할 수 있는 옛것들에 대한 기억의 편린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제 나이 또래만해도 어느 정도 실생활에서 보고 자랐지만

요즈음 세대들에게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뿐 생활상과 전혀 연결 지을 수 없는 과거문화의 흔적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선생의 말처럼  

이런 의례들과 문화재들을 통해 우리 문화의 뿌리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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