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다시 피어난 석곡

가루라 2014. 2. 17. 12:53

해마다 요맘때면 거실엔 은은한 석곡의 향기로 가득찹니다.

우리집 화분의 화산암 위에 뿌리를 내린지 한 7, 8년 되었을까요?

봄부터 초겨울까지 내내 마당에 내어 놓았다가

살얼음이 어는 겨울이 시작되면 실내에 들여온 화분 속의 석곡

1월부터 봄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통통한 마디 사이에 두개씩 두툼하게 움트는 꽃눈

서서히 부풀어지는 꽃봉오리를 가느다란 꽃자루에 달아 밀어 올리다가

마침내 1월말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석곡이 조급증을 느낀 탓일까요

아니면 그 꽃을 기르는 제가 세월에 대한 조급증을 보여서일까요 ?

노지에서는 5~6월에 꽃을 피우는 석곡이

실내온도가 봄철 개화기의 그것과 비슷해지는 1월말이면

제철을 만난듯 온 가지 빽빽하게 꽃을 피웁니다.

 

정작 옥외에 내어 놓은 자연 상태에서 꽃을 피워야할 5~6월엔

이미 에너지를 더 써버린 탓에

비실비실한 꽃 몇송이만 피우고 맙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다 때가 있는 법

그 때를 앞당기려는 인간의 조급증으로 인해

화분에 갇혀 있는 모든 화초들은 늘 조기개화의 고통을 겪어야만 합니다.

 

오늘 우리집 거실 속을 가득 채우는 석곡의 향기 뒤에는

이런 석곡의 고통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세상의 온기와 향기 뒤에는

그 온기와 향기를 발산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수고가 있음을 느끼는 봄입니다.

 

 

<석곡>

외떡잎식물 난초목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학   명 : Dendrobium moniliforme (L.) Sw.

원산지 : 한국

분포지 : 제주.전남.경남, 일본, 중국 등

서식지 : 바위나 죽은 나무줄기

이   명 : 금채(金釵)

꽃   말 : 겸양, 성실

효   용 : 한방에서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건위제, 강장제로 쓰며

            해열.진통 작용이 있고 백내장에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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