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개소시랑개비

가루라 2014. 7. 1. 15:18

특이한 이름의 야생초 풀씨가 어디서 날아 왔을까요?

척박한 서울 나들이에 나서 울집 마당에 터를 잡은 개소시랑개비

힘들여 뿌리내린 아이가 안타까워 차마 뽑아버릴 수가 없네요.

표준어는 개쇠스랑개비라고 한다는데

작은 잎 가장자리의 깊은 톱니가

농사에 유용한 농기구 중 하나인 소시랑(小時郞:표준어 쇠스랑)을 닮았다고해서

양지꽃이나 가락지나물을 소시랑개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양지꽃이나 가락지나물보다 꽃도, 전초도 작아서

생기다만 것 또는 시원찮은 것을 뜻하는 '개'를 붙여

개소시랑개비라고 부릅니다.

  

 

<개쇠스랑개비>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

학   명 : Potentilla paradoxa NUTT.(국생종 : Potentilla supina L.)

원산지 : 북부 아프리카, 유라시아

분포지 : 한국(충북, 경기, 평남북, 함남북), 북반구 온대지방

서식지 : 들, 길가, 빈터

이   명 : 개소시랑개비, 큰양지꽃

효   용 : 어린 줄기와 잎을 나물로 먹는다. 

15세기의 우리나라 문헌에도 등장하는 소시랑이라는 농기구는

요즈음 기계화영농으로 민속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옛날 시골에서 자랐던 사람들에게는 손에 익은 유용한 농기구였습니다.

보통은 세갈래의 날카로운 창을 기억자로 구부려서

길다란 작대기 끝에 꼽아 놓은 것이지만

용도에 따라서는 두갈래 또는 네갈래 이상의 것도 있었습니다.

땅을 일구거나 흙덩어리를 부수기도 하고

두엄자리(짚이나 풀을 가축의 분뇨와 뒤섞어 발효시키는 천연거름)를 뒤집을 때 쓰기도 했었습니다.

땅속에 있는 감자를 파낼 때 쓰기고 하고

쟁기질한 밭이나 논의 굵은 흙덩이를 잘게 부수어 땅을 고르기도 했습니다.

소시랑이라는 농기구를 쓰면

건장한 남자가 하루 1,000여평의 땅을 고르고 200여평의 밭갈이를 할 수 있었다네요.

농사용 소를 키울 수 없었던 빈농의 중요한 농기구 소시랑 

중국에서보다 더 오래된 사용기록이 있고

기원전 1세기의 유적지인 광주 신창리유적에서는 목제로 된 소시랑이 출토되기도 했다는데

이런 우리의 선조들을 보고

게으르고 미개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뭣도 모르고 남의 말이나 옮기는 것이 아닐까요?

 

소시랑으로 그 넓은 땅의 농사를 지으려면 얼마나 부지런해야 하는데...

농사에 소시랑의 쓰임새를 다양하게 하려면

지렛대의 원리와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를 얼마나 잘 이용해야 하는데...

문헌에 한자로 소시랑(小時郞)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이 농기구를 사용하던 농촌에서도 대부분 소시랑이라고 불렀었는데

어떤 연유로 표준어를 쇠스랑이라고 정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힘든 농삿일에 사용되는 농기구임에도 불구 하고 붙여진 이름

소시랑(小時郞)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낭만적인가요!

농사에 지쳐 밭두렁에 앉아 쉬다가 옆에 핀 개소시랑개비를 보고

너 이파라가 참 소시랑을 닮았구나하고 개소시랑개비라고 부르는 낭만 농삿군

그 농사의 낭만을 사라지게 만드는 어감

쇠로 만들었다고 쇠스랑이 표준어여야만 하는지 개소시랑개비를 보며 생각해봅니다.

 

그래도 표준어는 개쇠스랑개비랍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개소시랑개비로 수록되어 있고

학명도 두산백과사전과 다르게 수록되어 있네요.

300종이 넘는 포텐틸라속 식물의 사진을 구글에서 모두 확인할 수도 없고

어느 것이 맞는지는 저같은 아마추어에겐 더욱 더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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