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노란철쭉

가루라 2016. 5. 16. 22:50

돌아가신 아버님의 유품인 노란철쭉이

다시 꽃을 피웠습니다.

1960대 중후반

고향집 사랑채 앞 화단에

노랑철쭉 두 그루를 좌우에 심어 놓으셨습니다.

특별히 원예에 관심이 많으셔서

묘판에는 늘 삽목하신 여러가지 나무들을 위한 그늘막이 쳐져 있곤 했습니다.

가을에는 엄청 큰 꽃을 피운 국화 여러 종을 바라보시며

흐뭇해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 분께서 떠나신지 삼년.

텅 빈 고향집 사랑채 화단은 폐허로 변했고

그나마 수형이 좋았던 노란철쭉 한그루는

누군가가 윗쪽을 무참하게 잘라내고 훔쳐가버렸지요.

본주는 썩어버리고 옆에서 나온 가느다란 가지 두개만 남은

볼품 없는 나머지 하나를 재작년 서울 집으로 옮겨왔습니다.

작년 1년 몸살을 하더니

이제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금년에 두 가지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비록 아버님과의 어릴시절 추억의 일부를 도난당했지만

그 추억을 다시 살릴 연약한 노란철쭉

잘 키워내면 그 분의 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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