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진/풍경사진

한국은행 본관

가루라 2017. 1. 26. 00:51

사적 280호로 지정된 한국은행 본관 건물입니다.

1907년 일본 제일은행 경성지점을 짓기 위해 착공되어

1912년 조선총독부 산하 금융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100년도 넘은 건물입니다.

건물의 건축년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에 남은 몇 안되는 유럽풍의 근대식 건축물이라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근대식 건축물은 일제치하에서 일본인들이 그들의 목적을 위해 지은 것들이어서

어떻게 보면 그 치욕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할 상징성이 더 높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16세기에 유럽과 문물을 교류하여

그들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였음은 물론

유럽에도 일본식 문화를 전파하기도 했지요.

예를 들어 1800년대 후반 유럽의 대표적인 인상파화가 모네는

일본 에도시대의 풍속화인 우끼요에(浮世繪)를 수집하고

그것의 구도와 색채에 영향은 받은 것인지

<일본 의상을 입은 까미유>라는 작품을 남기기도 했었지요. 

뿐만 아니라 무라까미 류는

미국의 째즈는 일본이 키워낸 음악 장르라는 자부심을 글로 표현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땅에 남아 있는 치욕적인 일제의 흔적들.

그것들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요?

일본이 이 땅의 근대산업발전에 기여했다는 식민주의사관과

그들은 이 땅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흔적을 남겼을뿐이라는 민족주의사관이

아직도 이 땅에서 날선 대립을 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19세기말 전세계에 불어닥친 제국주의의 파고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역사에 있어서 가정법은 무의미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만약에 미국이 필리핀을 저들의 식민지로 먹는 대신에

일본의 대한제국의 보호권을 인정한 가쓰라테프트밀약이 없었더라면

일본과 러시아 사이의 포츠머스조약이 없었다면

이 땅에는 이런 근대적이 건물이 세워질 수 없었을까?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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