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해운대 곰장어

가루라 2017. 2. 16. 01:03

예전 직장조합아파트에 모여살던 집안 몇 집 부인들이

지금까지 친목계 형식의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젠 남편들이 다들 은퇴하여 여기저기 흩어져 부산에서도 살지만

그래도 부인들간의 모임은 석달만에 한번씩 27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온식구들 한데 모여 함께 교외로 놀러가기도 했었고

아이들 중심으로 재미있는 게임도 자주 했었네요.

그 모임에 일원이었던 부부를 부산에 갔던 길에 만났습니다.

우리나 그 집이나 자녀들 모두 출가시키고 두 부부만 사는 터라

삶의 대화나 폭은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마침 숙소로 정한 해운대 호텔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도착한 날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해운대시장의 맛집을 한바퀴 둘러보고

그 중 가장 특색있고 유명한 곰장어집을 추천해줍니다.

<해운대해수욕장입구에서 본 구남로>

식당을 찾아 가는 길에 둘러 본 구남로

해운대는 이제 완전 관광도시에 다름 아닙니다.

옛날 73년도에 이 곳 어디 쯤인가 허름한 여관에서 잠을 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상전이 벽해되었다고 도저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구남로 해운대 빛축제>

해운대시장은 전통시장의 형식을 빌렸으나

물건을 파는 곳과 먹거리장터를 완전 분리해 놓아서 깔끔해 보입니다.

<해운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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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시장

구남로 빛의거리

해운대해변로

해운대시장을 한바퀴 둘러보며 여기저기 맛집을 알려줍니다.

그 중 제일 유명하다는, 그래서 맛도 특별하다는

<이름난 기장 산 곰장어집>을 찾았습니다.

안쪽에서 장사를 했었는데 너무 잘 되어서 이 곳으로 이전하고

한동안 손님이 끊긴듯 했다네요.

그래도 주말이어서 그랬던건지

2~30분은 조히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습니다.

70년대에서 80년대 중반까지

포장마차의 조금 비싼 요리는 대부분 곰장어와 아나고였었습니다.

얇은 지갑에 싼맛과 국물의 포만감으로 먹었던 것은 홍합이었지만

그래도 씹는 식감으로 소주라도 한 잔하려면 곰장어가 제격이었지요.

하지만 그 곰장어는 이미 손질이 끝난 죽어 있는 것이었지만

이 곳은 상호 그대로 살아 있는 곰장어를 눈 앞에서 잡아 손질해서 줍니다.

은박지로 쌌지만 머리없이 꿈틀거리는 살아 있는 곰장어의 비주얼이라니!

비위가 약한 여성들에게는 조금은 비추일듯 싶은데도

의외로 여성 손님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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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구이

양념구이

볶음밥

맥소 몇 잔에 개운한 입맛을 위해 소금구이를 시작으로

양념구이와 한공기 볶음밥은

두 부부의 배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밤 빗속에 동백섬을 빠르게 한바퀴 돌아도 배가 꺼지지 않을 정도의 포만감

씹히는 쫄깃한 식감의 여운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할

해운대의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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