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가루라 2017. 2. 18. 01:06

오전 이른 시간

예식장에 가기전 자투리 시간에 들른 해운대해수욕장

약 삼십분 정도의 여유에 숙소 앞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을 찾았습니다.

간밤의 기억만으로는 많이 아쉬웠지만

밤새 내리던 비가 신경이 쓰였었지요.

이른 새벽 깨어나 호텔 창밖으로 어두운 해변을 내다보기를 여러 차례

다행히 새벽까지 내리던 비는

달맞이길언덕을 온통 해무로 뒤덮더니

아직도 옅은 안개가 내려앉아 있습니다.

동백섬쪽을 순광으로 담아보니

파란 하늘이 돋보이는 오전입니다.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해운대 백사장

철 지난 바닷가는 홀로 걷는 게 아닌가 봅니다.

이런 날에는 소리 죽여 우는 파도도 없으니

가족과 함께, 또는 연인과 친구와 함께 거닐어 보는 것이

참 좋을 해변입니다.

이른 아침 호텔에서 내려다볼 때까지만 해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웠습니다.

비 그친 아침 해운대

달맞이길 언덕을 뒤덮은 해무

해운대 백사장에는 사람만 많은 것이 아니었니다.

이른 아침부터 백사장에 내려앉아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수많은 갈매기들.

해운대 갈매기들은 높이 날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모래사장 끝에 늘어 앉아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갈매기들.

파도에 맞아 떠밀려오는 오징어나 멸치 떼를 기다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오직

백사장 끝에 몰려 나온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요.

기다리고 있는 그들을 위해 사람들이 들고 있는 것

그것은 새우깡입니다.

영종도의 갈매기들은 유람선을 따라 날아가며

공중에 던져진 새우깡을 힘든 날개짓으로 받아 먹거나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새우깡을 나꿔채는 고도의 묘기를 부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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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먹이주기

갈매기 먹이주기

그악스러운 갈매기떼

그러나 해운대 갈매기는 높이 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나 봅니다.

그저 지상에 앉았다가 백사장에 흩뿌려진 새우깡을 누구보다 먼저 집어 먹으면 되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사람을 공격하는 것 같은 모양새도 나타납니다.

이러다가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1963년도 개봉작 영화

새(The Birds)에 나오는 것처럼

갈매기가 공격적으로 변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인간의 손에 길들여진 손쉬운 먹이활동이

어느 날 먹이주기를 중단한 인간들에 의해 불가능해진다면 말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갈매기는 높고 유유히 나르는 게 제격입니다.

비록 조나단 리빙스턴 씨걸(Jonathan Livingston Seagull)처럼

새롭게 익힌 비행술이나

고도의 고공비행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리처드 바크(Richard Bach)는 일찌기 인간과 갈매기의 관계에서

갈매기의 꿈을 보고 소설로 그려냈었나 봅니다.

그래도 하늘과 땅 사이에 물, 바람, 모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과 갈매기가 공존하는 해운대해수욕장.

그 모래사장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버무려져서 많은 스토리들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설사 해운대라는 지명의 원천이 동백섬의 저 등대자리이고

해운(海雲)이 고운(孤雲) 최치원의 또 다른 자(字)라는 것을 몰라도 말입니다.

고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둘러선 백사장을 뒤로 하고

멀리 스모그에 잠겨 있는 오륙도를 담기 위해

노출을 최대로 조이고 셧터속도를 올려 보았습니다.

170mm로 당겨서 담아 봅니다.

오륙도와 절벽을 향해 팔을 뻗은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삐죽하게 보입니다.

오륙도 사이 먼 뒤로는 태종대 앞의 바위섬 생도도 잡히네요.

부산 하면 예전에는 오륙도와 태종대, 용두산공원 그리고 해운대해수욕장을 떠올렸지요.

70년대 초반 처음으로 부산에서 며칠을 묵었던 이후

그 사이 여러 번 부산을 다녀온 적도 있지만

업무상 출장으로 갔던 터라 바쁘게 일을 보고 바로 상경해서

부산을 제대로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살았던 세월을 돌아 44년만에 다시 찾은 부산

강산이 네 번은 변할만한 긴 세월이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많이 변했음을 확인합니다.

도시의 변화, 그 끝은 어디 일까요?

인간의 욕망이 끝나는 그 곳.

그 지점이 변화의 종착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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