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만주바람꽃

가루라 2017. 4. 7. 00:01

7년만에 다시 만나려 간 만주바람꽃

당시 집사람과 단둘이 나섰던 천마산 야생화 첫 출사에서

무례한 동호회 패거리를 만나 나라도 출사를 자제하자 했습니다.

이미 카메라를 셋팅 해놓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은 둘째고

반대편 앵글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까지도

제가 잠깐 멈추면 되는 것이었기에

그마저도 봐줄 만큼의 아량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엉덩이로 짓뭉개는 것은 물론 배 밑에 매트까지 깔고 달려드는데

이 사람들이 상식이 있는 사람인지 싶었습니다.

지면과 접촉면을 최소화시키고자 키 작은 봄꽃을 담을 때면

앵글파인더를 사용하는 제 생각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태였지요.

열댓명의 패거리들이 지나간 자리는

말 그대로 초토화되어버린 흔적만 여실히 남아 있었습니다.



<만주바람꽃>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학   명 : Isopyrum manshuricum (Kom.) Kom.

영   명 : North-Eastern China Isopyrum

원산지 : 한국, 만주, 우수리 등지

분포지 : 경기도 광주시 남양주시 연천군, 강원도 평창군 화천군 등지

서식지  : 산지 숲 그늘, 숲 가장자리

개화기 : 4~5월 


그런 꼴을 보는 내내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참으며 계속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제 병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과 나라도 그 대열에 서지말자 하여

그 이후 야생화를 담기위한 봄철 출사를 자제해왔습니다.

대신 야생화를 이것저것 사서 마당에 심어두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왔습니다.

그래도 집에서는 볼 수 없는 만주바람꽃

보고 싶은 마음을 매년 꾹꾹 눌러 참다가

올해는 대중교통으로 여행삼아 다시한번 가보자 나섰지요.

경춘선을 타고 사릉역에서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갔던 팔현계곡

운좋게 마을버스배차시간에 딱 맞아 그나마 세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했던 탓인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만 남아 있었습니다.

7년 사이 팔현계곡에는 왕복 4차선 이상의 단단한 길이 나있고

지천으로 널려있던 만주바람꽃은 개체수가 거의 절반수준으로 줄어 보입니다.

주로 부엽토가 많은 하상의 무른 땅에 자라는 연약한 식물인데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다져진 탓에

더 이상 증식이 안될 것 같은 환경으로 변해버렸습니다.

1974년 학계에 처음 보고된 만주바람꽃은

우리나라 고유종입니다.

XX바람꽃이라는 국명에도 불구하고

학명에 Anemone를 쓰지 않고 변산바람꽃,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처럼

독립된 학명을 쓰는 자존심있는 꽃이지요.

국내에서도 경기도 남양주시, 광주시, 연천군, 강원도 평창군, 화천군 등

서식지가 몇 군데 안될 정도로 땅을 가려서 자라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천마산을 제외한 다른 곳은 확인을 해보지 않아서

보호수종으로 지정을 해야 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으나

적어도 천마산 팔현계곡의 출입은 어느 정도 제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늦게 도착한 탓도 있지만 실망감으로

계곡 중간에서 되돌아 나오는 길에 만났던 진사 한 분이

청노루귀 찍으러 안가시느냐며

천마산 정상 근처 청노루귀 군락지에는 셔터소리에 산이 무너질 정도랍니다.

7년전 당시에는 그나마 그 동호회를 제외하고는

사람을 그리 많이 만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늦은 오후 시간임에도 단체 탐방객들의 걸음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이 엄청 많이 늘어 난 것이겠지요.

조기퇴직에 내몰린 50~60대들에게

Killing Time과 건강을 위해 카메라만한 게 없으니

점점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들은 대체로 키가 작은 초화류들입니다.

그것도 거의 지면에 붙어서 필 정도로 작은 풀꽃들입니다.

관목이나 교목들이 큰 이파리를 펼치기 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광합성으로 알뿌리를 키우지 않으면

그들은 숲 그늘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난동을 견뎌내야 하는 것도 힘겹지만

좋다고 쫓아오는 사람들의 발길로부터도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의 문제도 곧 닥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또 고민에 빠집니다.

7년만에 나섰던 봄철 야생화 탐화를 접고

오로지 풍경사진이나 인물사진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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