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昆蟲世上

미국선녀벌레의 침공

가루라 2017. 8. 1. 00:27

7월 중순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된 가뭄으로 인해 매일 오그라드는 마당의 잔디에 물을 뿌려주어야할 때

예년과 달리 감나무 가지 끝과 이파리 뒷면에 하얀 곰팡이 같은 것이 끼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왠 처음 보는 곰팡이인가 했었지요.

그러다 7월 초 어느 날 하얀 허물 같은 것으로 뒤덮힌 감나무 가지에

기어다니는 흉칙한 벌레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 놈들이 말로만 듣던 미국선녀벌레였습니다.

온통 우리집 마당 뿐만 아니라 동네의 아카시나무가지까지

온통 하얗게 휘날리는 밀랍재질의 미국선녀벌레의 공습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신자유주의 경제로 그들의 패권을 우리나라에 쏟아붓는 것 처럼...


<미국선녀벌레>

절지동물 노린재목 선녀벌레과의 곤충

학   명 : Metcalfa pruinosa (Say, 1830)

원산지 : 북미

분포지 : 북미, 남부유럽, 한국, 일본, 중국 남부지방, 대만, 동남아시아

구호물자 받는 시기도 아닌 시대에

미국에서 온 선녀(仙女)벌레라는 선한 이름으로

이런 횡포를 부리는 곤충이 생겼을까요?

몇년 전 충북 어느 지역의 과수원을 초토화시켜 놓은

미국선녀벌레를 당시에는 미국선녀나방이라 불렀던 것 같은데

그래도 나방을 붙이는 것 보다는

벌레를 붙이는 것이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되나요?

성충의 체장이 고작 5mm 정도로 작지만

한번 발생하면 나무나 농작물의 수액을 빨아 먹고 말려죽이는 해충으로

구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하얀 밀랍재질에 뒤덮여 있는 유츙기에 방제를 했어야 한다는데

방제도구도 제대로 없을 뿐더러

인근에 많은 나무들에 붙어 있는 놈들로 인해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은 뻔한 일.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 탓인지

외래곤충들이 왜 이렇게 갈수록 극성인지 모르겠습니다.

천적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서식하는 기생벌(집게벌)이라는데

서양벌레를 서양 벌로 제압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를 해야하는 것일까요?

국제화, 세계화로 인한 생물의 자유로운 이동은

외래종이 전입된 국가에는 커다란 재앙이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외항선의 발라스트(Ballast)워터를 통한 지중해산 담치의 유입이나

미국 LA앞바다를 점령한 한국산 모시조개 등

인간의 등에 업혀 넘나드는 생물의 월경으로 인한 폐해에

모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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