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제주도 천지연폭포 야경

가루라 2017. 10. 27. 01:05

야간에 찾아간 제주도 천지연폭포

30여년만에 다시 찾은 천지연폭포는 전혀 생소한 곳이었습니다.

폭포에 이르는 길은 포장이 되어 휠체어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지요.

폭포 주변은 울퉁불퉁한 바위 투성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당시의 풍경과는 전혀 생경한 모습에 여기를 정말 왔었나 싶습니다.

<천지연폭포 원경>

야간의 천지연폭포는 제주의 가을밤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웅장한 폭포수의 소리가 묻혀질 정도로 왁자지깔한 웃음과 소음들.

저의 옛 추억을 회상하는 장소로는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현재는 현재일 뿐 과거는 없는 것이지요.

<천지연폭포 근경>

폭포를 보고 돌아나오는 길마저 생경한 것은

그것이 야간이 아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삼십년이라는 시간은

사건이 아닌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뒤섞어 놓기에

충분할 만큼 길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콩깍지가 낀 눈으로 서로만을 바라보던 신혼여행이었으니

주변의 기억이 제대로 박혀있을지도 의문이지요.

오로지 남아 있는 것은 빛바랜 사진뿐...

어쩌면 인간의 기억만큼 믿을 것이 못 되는 것도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저 징검다리 건너편 공연장에서 들리는 노랫소리가

바람결에 끊어질듯 말듯 이어지듯이 말입니다.

어둠 속에서 꼼짝 않고 서있는 왜가리 한마리

장노출 사진에도 거의 흔들림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잠을 자는 것인지

어두워진 시야 속에 물고기를 찾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인지.

희미해진 삼십년전의 과거를 되살리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당시의 흔적을 찾는 제 모습을 닮았나 봅니다. 

환하게 불이 밝혀진 주차장옆 수변 공원 역시

제 기억에는 전혀 없었던 생뚱맞은 공간입니다.

늦은 저녁에도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들

제가 돌아나오는 시각에도 많은 사람들이

매표소 입구를 서성입니다.

그들의 머리 속에 새겨진 오늘의 기억도

삼십여년 후에는 저처럼 전혀 다른 공간으로 대면하게 될까요?

천지연폭포 공연장

천지연폭포 공연장 

천지연폭포 가을밤 미니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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