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배롱나무꽃 없는 명옥헌

가루라 2019. 7. 12. 01:25

배롱나무꽃이 그 유명하다는 명옥헌

때 이른 오월 말에 찾아 상상 속에 꽃그림을 그려 봅니다.

<명옥헌>

명옥헌(明玉軒)은 전남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있는

대한민국 명승 제58호로 지정된 조선조의 전통 정원입니다.

명옥헌을 찾아가는 길목의 후산마을 후산지는

노거수인 왕버드나무가 그 역사를 말해줄만큼 오래된 둠벙이 고즈넉해 보입니다.

<후산지>

명옥헌이 위치한 곳은 좌우와 뒷면에 낮은 산이 있어서 바람을 막아주고

정면으로는 후산마을의 평야지대가 보이는 곳에 있어서

한여름에도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바람으로 시원할 것 같습니다.

<후산지와 후산마을>

배롱나무 개화기에 찾는 사람이 많아서

마을 입구에는 대형주차장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명옥헌까지 십여분을 걷습니다.

명옥헌에는 정자 윗쪽은 작은 연못인 상지(上池)와 정자 아래의 하지(下池)

두 개의 연못이 있습니다.

하지는 자연스레 형성된 것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네모형의

중간에 작은 섬을 만들어 놓은 방지중도형(方池中島形)입니다.

하지 끝에서는 빽빽한 나무에 가려서 정자가 보이지가 않습니다.

아마도 건축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을듯 싶은데

배롱나무가 워낙 빽빽하게 자라서 현재는 정자에서의 전망은 별로 일듯 싶습니다.

연못 속에 만들어진 작은 섬 뒷편으로는 연이 자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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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中島)

 연밭

연못 우측 호안 

하지(河池) 끝자락에서 좌측으로 걸어 들어가는 둑방길은

배롱나무 터널처럼 보입니다.

무더웠던 오월말의 날씨임에도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져 좋네요.

입구쪽 둑방길

정자 방향 둑방길

둑방길이 끝날 즈음

나즈막한 언덕에 금방 날아갈듯 내려앉은 작은 정자가 보입니다.

명옥헌은 조선 중엽 벼슬을 마다하고 후산마을 은거하며 학문을 익히던

선비 명곡 오희도를 위해

그의 넷째 아들 오이정이 지은 정자라고 합니다.

윗쪽의 작은 연못에 모였던 물이 작은 계곡의 돌틈을 돌아

아래쪽 연못으로 흘러들어 가는 소리가

마치 옥구슬이 구르는 소리를 내는 것 같다고 하여 명옥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네요. 

정자 좌측편 능선에는

수피가 아름답게 갈라진 늘씬한 적송이

선비의 기개를 말하듯 운치있는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정자 우측 뒷편에 있는 상지(上池)에서 정자를 내려다 봅니다.

바닥이 보이지 않게 고마리가 자라서 연못이라 하기에는 너무 작은 웅덩이에는

산란기를 맞은 무당개구리 소리가 가득합니다.

가운데에 바위를 그대로 두고 작은 사각형의 못을 팠네요.

호안도 작은 자연석 그대로 쌓아서 지형을 최대한 자연 그대로 이용하려 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상지 우측으로 흘러내린 물이

작은 계곡의 바위 사이를 요리조리 돌아 쫄쫄거리며 흘러 내립니다.

바람소리조차 조용한 날이면

정자의 이름처럼 옥구슬이 구르는듯한 물소리가 들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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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上池)

작은 계류 

상지와 하지 연결 계류

정자는 팔작지붕에 가운데에 방을 두고 사방으로 마루를 둔 ㅁ자 구조입니다.

정면과 후면은 세칸, 좌우 두 칸으로

마루에서 사방을 두루 볼 수 있는 호남지방의 전형적인 정자입니다.

특이하게 환벽당, 식영정, 송강정 등에서 볼 수 없었던

머름이 없는 난간을 만들어 놓았네요.

정자 뒷편에서 좌우 날개를 담았습니다.

정자의 외관에 간섭을 최대한 줄이려고 만든 낮은 굴뚝으로 보아

방에는 구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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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좌측

격자창호의 방

정자 우측

정면 사진은 마루에 앉아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는 커플 때문에

아쉽게도 담지 못했습니다.

아랫쪽 연못 우측으로 돌아 나오는 길에도

고목이 된 배롱나무가 터널을 이룹니다.

배롱나무는 어린시절부터 흔하게 보았던 나무입니다.

주로 절이나 사당 , 무덤가 그리고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정자 주변에 심어져 있습니다.

요즈음은 전남지방에서는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있지요.

나무 줄기의 표면이 매끄러워서

손끝으로 간지럽히듯 살살 긁으면

나무가 흔들거린다고 간지름나무 또는 간지밥나무라고도 불렀지요.

백일홍이라는 이름에는 떠난 왕자님을 100일동안 기다리다 죽은 처녀의 무덤에서 자라난 나무라 하여

지금은 정원수로도 심지만 고향에서는 집안에는 심지 않았습니다.

배롱나무꽃으로 유명한 명옥헌.

꽃이 없는 명옥헌의 운치와 아름다움을 느껴봅니다.

인연이 되면 꽃피는 계절에 다시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돌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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