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물오리나무 꽃

가루라 2020. 3. 26. 00:24

화려함도 없다.

꽃이라고 볼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어려운

물오리나무 꽃.

6.25전쟁 직후 황폐화된 산들의 산림녹화와 사방사업에

어린시절의 나도 제법 동원되었었다.

속성수로 유용한 아카시나무나 오리나무들이

주로 산에 심어지는 수종이었다.

초등학교 방학과제물이 아카시나무 종자 채종인 적도 있었으니

벌거숭이 산을 지금처럼 울창한 산으로 바꾸는데는

고사라 손도 한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당시만해도 일제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어서 였는지

오리나무를 야막나무라 불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일본어로 ヤシャプシ(야샤뿌시)가

어떻게 그런 발음의 이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오리나무가 이 오리나무가 아니고

사방오리나무라고 따로 있다는 걸 안 것은 최근이다.

이 사진 속의 꽃은

사방오리나무가 아닌 물오리나무 꽃이다.

오리나무 ? 오리무중처럼 참 복잡하다.

 

<물오리나무>

쌍떡잎식물 참나무목 자작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

학   명 : Alnus sibirica Fisch. ex Turcz.

원산지 : 한국

분포지 : 한국, 시베리아, 극동러시아, 중국, 일본

서식지 : 산기슭

꽃   말 : 위로

이   명 : 산오리나무

효   용 : 사방조림용 수종이다. 기구재나 토목용재로 쓴다. 껍질과 열매는 염료용으로 쓰고 잎은 가축사료로 쓴다.

 

어린시절에 알았던 상식으로

지금까지 오리나무 한가지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오리나무도 여러가지여서

정확하게 동정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에 올려진 개인 블러그나 카페 사진도 부정확한 것이 많으니...

 

 

3~5개의 기다란 벌레처럼 생긴 이삭꽃차례로 달린 수꽃과

수꽃 바로 아래 3~5개의 빨간 열매처럼 달린게 암꽃이삭이다.

개암나무도 이것과 비슷해서

꽃만 보고는 혼동할 법하다.

 

 

비슷한 종으로 사방오리나무, 두메오리나무,

오리나무, 뾰족잎오리나무, 털오리나무, 옹기오리나무, 섬오리나무 등

오리나무라고 붙은 것이 국생종에 수록된 것만도 15종이나 된다.

 

 

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려면

지식이 없이는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좀더 정확하게 하려면

이파리를 보고 구별해야겠지만

매끈한 회갈색 수피로 보아 일단 물오리나무로 동정한다.

 

 

항간에 오리(五里)마다 심었다고 오리나무라고 부른다는데

일제시대 때 오리나무를 오리목(五里木)으로 기재한데서 출발한

잘못된 설명이란다.

 

 

역사적인 기록에 의하면 1723년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오리남기'로 드러난다.

월인석보나 훈몽자회에 '새오리'를 '올히(鴨)'로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올히남기가 오리남기, 오리나모, 오리나무로 변천되어 온 것으로 본다.

라틴어에서 온 속명 Alnus나 영명 올더(alder)의 '알' 과 '올'은

새의 날개를 뜻하는 동원어란다.

그러니 오리마다 심어서 오리나무라는 말은

오리나무를 하회탈을 만드는데도 썼던 우리의 정신을 뒤틀어버린

일제의 잔재라는 것이다.

 

 

소박하기 그지 없는 꽃.

물오리나무꽃을 포스팅하려다

우리의 얼을 알게되는 덤을 얻으니

꽃같지 않은 꽃을 찾는 즐거움이 여기에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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