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2

마당이야기

어린 시절 사랑채 앞에 아버님께서 가꾸시던 넓은 2단 화단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며 나무들이 때가 되면 꽃을 피웠고 이것을 보며 자란 나는 그것들이 내 잠재의식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아파트생활을 정리하고 단독주택에서 생활을 시작한 것은 어쩌면 그 잠재의식이 깨어난 탓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땅을 밟고 살아야 한다. 땅에 대한 할아버님의 평소 지론도 그랬었지만 그 속에 자라는 모든 것을 사랑하셨던 아버지의 영향도 그랬었다. 이 집에 이사 온 이후 꽃들을 사서 심기 시작했고 오늘날까지 우리집 마당에서 살아 있거나 한 때 살았던 것들까지 합치면 무려 300여종이나 된다. 그러니 좁은 마당은 무질서하고 그 무질서함 속에 살만한 것들은 이제 거의 자리를 잡았다. 나무들은 어쩔 수..

북한산 전경

#북한산 비봉능선 창밖을 내다보면 바로 볼 수 있는 이런 조망권을 포기해야 하나? 다들 아파트, 아파트만 바라보며 발을 동동 거리는데 편하기로 치면 당연히 아파트가 좋았었다. 예전에 아파트에 살 때 앞 동에 꽉 막힌 조망권에 금세 한 바퀴를 도는 남의 집 뒷담화. 밤늦게 술 먹고 들어와 이중주차를 하고 기어를 P에 놓고도 차 좀 빼 달라 연락하면 신경질을 부리던 진상에 질렸었다. 사방이 탁 트인 단독주택에 산지 20년이 넘었는데 맞벌이를 하는 아이들 때문에 손자들을 봐주러 자주 가게 되니 집을 팔고 아이들 집 근처 아파트로 옮겨야 부모로서 마음이 편할까? 그것이 문제다. 집사람은 이미 아이들 편으로 기운 것 같은데... 물론 아이들은 그런 생각이 없다지만 내 생각만 하면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버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