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신안비치호텔 낙조

가루라 2007. 2. 11. 01:07

삼십육년지기 고교친구를 만나러 목포에 댕겨 오다.

목포의 명물 신안비치호텔에 여장을 풀고

호텔 앞바다에 있는 고하도의 낙조를 즐기며

실로 너무도 오랜만에 팽팽하게 긴장되어 살아온

나 자신을 낙조속에 고요히 내려 놓다.

 

<고하도의 낙조>

 

 

정말 맛 있고 주말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라며 잔뜩 군침을 돌게 만들며

영산강 하구방조제를 지나 20여 Km 밤길을 내달아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

갈낙탕(갈비탕과 염포탕의 짭뽕 ?)전문식당가에 도착.

 

짭짤한 온갖 젓갈과 혀끝을 감도는 돌산 갓김치의 향,

갈낙탕의 시원한 국물, 쫄깃쫄깃한 갈비, 부드러운 낙지와

목을 적시는 소주의 오묘한 조화속에 빠지다.

 

돌아오는 차안을 감싸는 트윈폴리오, 둘다섯, 사월과 오월, 어니언스

70년대를 풍미하던 듀엣들의 노래

마음은 물론 입까지도 고교시절로 되돌려 놓는 아스라한 기억의 단초.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곤 했다는 친구 부인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아침 출근 전부터 출근길 차안, 병원사무실, 그리고 퇴근길,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내내 들어도 그들의 노래가 싫지 않다는

그 친구의 마음을 70년대 학번 세대가 아니면 알까 ?

 

그 친구집 골방에서, 그리고 우리 집 2층 다다미 방에서

니 집 내 집없이, 니 어머니 내 어머니없이 먹고 자며

얘기하고 공부하고 통기타에 듀엣으로 노래하던

숱한 나날들의 마음 절절한 그리움, 가슴 적시는 향수

 

내 아이들이 내 나이쯤 되었을때

그들은 무엇으로 텅 빈 가슴을 채울까 ?

 

<고하도 용머리 야경>

 

호텔에 돌아온 시각, 밤 12시에 임박

애석하게도 이 한장의 사진을 찍자마자 조명이 꺼져버려

고하도의 빛의 향연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다.

 

빛의 도시 목포를 표방하면서도

밤 늦도록 잠 못 이룰 여행자를 배려하지 않고

12시가 지나자 마자 어둠속에 묻어버리는

목포시 당국의 처사가 원망스러워도

내일의 또 다른 삶을 위하여 숲도 바다도

그리고 그와 더불어 사는 뭍 생명체들도

이제는 잠들어야 할 시각이거늘

하릴없이 씨트커버로 몸를 감싸고 잠을 청할 밖에....

 

<고하도 앞바다 여명>

 

 

여행지의 새벽은 유난히 이르다.

통통거리며 만선의 꿈을 띠우는 뱃소리에

밤새 뒤척이던 잠에서 깨어 반공에 걸린 새벽달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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