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인왕산의 야생화(꿩의다리, 까치수염, 으아리, 바위채송화)

가루라 2009. 7. 22. 08:56

긴 장마가 걷힌 엊그제 일요일, 모처럼 인왕산에 오르다.

장마통에 잔뜩 물을 머금은 서울은 

하늘로 습기를 푹푹 뿜어대고 

세상은 온통 희뿌연 물속에 들어 앉아

사라진 수중도시 아틀란티스처럼 아스라하다. 

 

양동이로 퍼붓는 세찬 빗속에서도

누천년을 위엄있는 자세로 앉아 서울을 굽어 보는 인왕.

세상의 시끄러움을 모로 외면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주는 도심속의 산은

아무리 그 가치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8. 11월 기차바위능선> 

 

게다가 심산에서나 만날 법한 야생화들과의 조우의 기쁨이란

더 말할 나위 없다.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특이한 모양의 꿩의다리.

 한두그루가 아닌 군락을 발견한 기쁨에 숨이 막힐 듯하다.

 자줏 빛인가 하면 붉은 빛이고

 나는듯 종종거리며 뛰는 가느다란 꿩의 다리가 연상되는

 가늘고 길다란 관상형 꽃들이 특이하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과 거친 호흡으로 인하여 선명한 사진을 얻지 못했으나

 어린 아이 손바닥처럼 피기 시작한 꽃송이가 

 말풍선처럼 길다랗게 자라서

 마침내 끝부분이 살짝 열리는 개화를 맞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꿩의다리>

 미나리아재빗과의 다년생풀 

 하늘에서 시원스레 팍 터진 후 흘러 내리는 폭죽 같은 꿩의다리 꽃.

 

 전국적으로 서식하는 까치수염도 인왕에 자리를 틀었고, 

 꽃방망이에 다닥다닥 붙은 흰꽃 하나 하나를 뜯어 보면 단아하기 그지없다.

 <까치수염>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개꼬리처럼 휘어져 개꼬리풀이라고도 한다.

 표준어가 까치수영이라는데 수염이나 수영이나 내게는 그게 그거다.

 너무 많은 꽃들을 머리에 이고 있는 까치수염은 늘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돌나물(돈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바위채송화

 통상 양지쪽 메마른 바위틈에 잘 자라서

 채송화처럼 생긴 외모로 바위채송화라 불리우나 ? 

 <바위채송화>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소나무 그늘에 무리지어 피어 있다.

 

 숲 그늘에 숨어 외로이 얼굴을 내민 으아리

 순 우릿말인 으아리는 무슨뜻일까 ?

 잎모양새는 큰꽃으아리와 비슷하나 윤기가 있어서

 오히려 댕강(맹감)덩굴 같다.

 

 <으아리>

  미나리아재빗과의 다년생 덩굴성식물

 

 

 대부분의 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추리도 활짝 피었고

 어린 순을 나물로 즐겨 먹는 이 넘은

 새순이 나올 때쯤 동네 아낙이나 할아버지들의 손을 타지 않고

 요행이 꽃까지 피우는 녀석이 대견하다.

 

<원추리>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노각처럼 한껏 부풀어 오른 원추리의 길다란 꽃봉우리

 

 하산 길 어느 집 대문간에서 만난 노루오줌까지도

 잠시 지리산에 다녀 온듯 착각하게 한다.

 

'무위자연 > 植物世上'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이령에서 만난 7월의 야생화들  (0) 2009.07.29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초롱꽃을 보셨나요 ?  (0) 2009.07.23
설란과 남천  (0) 2009.07.21
다육이 벨로스  (0) 2009.07.17
물망초  (0) 2009.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