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북한산 형제봉의 단풍

가루라 2010. 10. 24. 11:11

 

 

북한산 단풍은 11월초에 절정을 이룰거라는데

집에 있는게 좀이 쑤셔

점심을 먹고 형제봉코스만 돌기로 하고 집을 나섭니다.

평창동 삼성아파트입구에서 내려 길을 건너

동태집을 지나 첫번째 삼거리에서 오른쪽 오르막길로 길을 잡습니다.

이내 북악산 능선과 연결된 형제봉능선 오르는 길이 시작됩니다.

평일임에도 또래들이 제법 많습니다.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육체와 정신으로도 쉴 수 밖에 없는 은퇴자들이 많음을 새삼 느낍니다.

 

오늘 돌아 볼 코스는 아래 지도의 붉은 점선 표시구간 중 일부입니다.

지도 오른쪽 하단 형제봉입구에서 구복암, 북악산 갈림길, 형제봉, 일선사를 찍고

동령폭포, 평창공원지컴터(지도의 현위치 지점)를 도는 약 4킬로미터 정도의 구간

제걸음으로 약2시간 30분정도 소요되는 코스입니다.

오늘은 집사람과 함께 쉬엄쉬엄 약 4시간 정도의 속도로 산행할 예정입니다.

형제봉코스의 오르막은 대부분 잘 정비된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코스이지만 

 이렇게 인공적으로 정비되지 아니한 자연스런 구간과

형제봉 오르기 직전의 급경사구간 등 적당한 오름이 매력적입니다.  

안전을 위하여 철제지주를 설치해 놓아 오르 내림의 편의도 제공합니다.  

두개의 형제봉중 첫번째, 약간 낮은 형님봉 정상이 바로 눈앞입니다. 

첫번째 형제봉인 형님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아쉽게도 스모그로 인해 시야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평창동 방향입니다.  

정릉(국민대)쪽 방향도 역시 스모그로 인해 멀리까지 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도심속에서 불과 몇십분의 산행만으로도 탁트인 시야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내부순환도로가 아파트사이를 구렁이처럼 뻗어갑니다. 

 계속 산행하는 도중에 만나는 거대한 바위들

마치 거석을 떠받치듯 마른나무가지들을 바위밑에 세워 놓았습니다.

다들 뭔가를 간절히 구원하는 마음들이겠지요.

집사람도 내게 비치지 못하는 속내를 바위에 털어 놓는지 한참을 바위를 쓰다듬고는

조심스래 나뭇가지를 기대어 놓습니다. 

 북쪽에 있는 꽤 가파른 동생봉을 오르는 길입니다.

팥배나무잎이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동생봉 정상입니다.

이 바위가 남쪽에 있는 형님봉을 향해 어서가라고 손짓하는 모양새랍니다.

고려말 역모의 누명으로 멸문지화를 당한 형제가

조선 태조 이성계의 한양 천도 소식을 듣고

억울함을 탄원하기 위하여 개성에서 한양으로 내려오던 중

식인 호랑이를 만나 용감히 싸워 죽였으나

동생이 그로 인해 죽어가며 형에게 갈길을 재촉하라고 손짓하는 바위가 되었고

길을 재촉하던 형마저 죽은 숫호랑이의 원수를 갚으려는 암호랑이를 만나

끝내 죽음에 이르러 한을 풀지 못함에

애처롭게 동생을 바라보는 형국이라하여 형제봉이라 한답니다.

인간의 삶의 한단면을 자연에 빗댄 전설은 그래서 늘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형제봉 정상의 팥배나무, 갈참나무가 각각 빨갛고 노랗게 단풍들었네요.  

 형제봉에 올라서도 잘 느끼지 못했던 북한산의 단풍

형제봉을 지나서 형제봉을 바라보니 북한산에 전해오는 단풍소식을 확연하게 읽겠네요.

 보현봉에 이르는 능선도 군데 군데 단풍이 보이고

 형제봉 능선의 동쪽 사면과

 정릉쪽 능선의 단풍이 더 빨리 오나 봅니다.

북한산에는 빨갛게 곱게 단풍드는 단풍나무는 그리 많지 않아서

떡갈나무, 갈참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싸리나무 등이

이제막 노랗게 물든 얼굴을 소나무숲 사이로 쭈삣쭈삣 내밀기 시작합니다.   

 보현봉이 손에 잡힐듯 땡겨지나 했더니

 어느새 일선사 입구에 앉아있는 당나라 걸승으로만 알려진 포대화상이 산행객을 반깁니다.

한없이 천진난만하고 풍요로워보이는 자비의 화신 포대화상

유난히 뱃고래만 새까맣습니다.

여기서도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화상의 배를 어루만지며 기원했나 봅니다.

자연에 깃들면 구도자의 자세로 바뀌는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보현봉 바로 아래 일선사는 그 연혁에 비하여 오히려 초라해 보입니다.

9세기경 신라도선국사가 창건한 보현사에서 시작되었다는데요

고려시대에 탄연(坦然), 조선초 무학대사 등 명승이 거쳐 갔었으나

임란 때 전소되었다가 1600년 다시 복원되는 아픔이 있었다네요.

1940년 현 위치에 중창불사를 하면서 관음사로 개칭하여

한때 시인 고은선생이 기거하면서 일설사(一說寺)로 했다가

1962년 재단법인 선학원에 등록하면서

현재의 이름 일선사(一禪寺)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답니다.

말많고 사건 많은 서울 시내를 훑고서 북한산을 넘는 바람소리속에

세속을 초월하여 서울 도심을 묵묵히 굽어 볼 뿐

이름 그대로 고요한 사찰입니다. 

 일선사까지 오던 길로 300미터쯤 되돌아 나오면

평창공원지킴터로 연결되는 하산길을 만납니다.

내려 오는 길에 계곡을 가로 지르는 머루교를 지나면 볼 수 있는 동령폭포

지금은 입산금지 보호구역으로 보호되고 있어서 먼 발치로만 보고 내려 올 수 밖에 없습니다. 

내려 오는 길 좌측으로 보이는 형제봉능선이 어둑어둑해지고

지는 석양에 빨갛게 물든 단풍들도 저뭅니다. 

산행중 만났던 단풍 사진들만 모아 보았습니다.

바위의 등걸이 불타는듯한 담쟁이의 잎으로 빨갛습니다.  

경계목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의 단풍든 잎은 색갈의 변화를 보여주는 그라데이션입니다. 

싸리나무의 단풍은 노랗고 

20센티도 안되는 싸리나무도 노랗게 단풍이들었네요. 

떡갈나무나 갈참나무의 단풍은 황갈색입니다. 

북나무의 단풍은 노랗게 드는 것과 빨갛게 드는 것 두종이 있습니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가을철 단풍의 백미는 단풍나무입니다.

형제봉코스에는 단풍나무를 좀처럼 볼 수 없었는데

어쩌다 눈에 띤 단풍나무는 이제 막 단풍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김영랑 시인의 "오메 단풍 들것네 !"가 딱 어울릴만큼 예술적인 나무입니다. 

일선사와 대성문 오름의 갈림길에서 제법 훌륭히 물든 단풍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오늘의 백미

일선사 입구에서 만난 달랑 두닢 달린 단풍나무

지상 높이가 10센티미터도 채 안되는 국화꽃보다 작은 어린 묘목이

비록 벌레먹은 잎이지만

훌륭한 빛깔의 단풍을 보여 줍니다. 

하산하는 길 동령폭포 위쪽에서 진짜 환상적인 단풍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가을산을 찾게 되나 봅니다. 

나무들이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벗겨진 나뭇잎들이 계곡에 가득차면

북한산 계곡에도 겨울이 시작되겠지요. 

 

  올겨울은 유난히 폭설이 많을거라더니

물위에 떠있는 떡갈나무잎을 보니 벌써부터 추위 걱정이네요.

다들 단풍도 즐기고 올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도록 가을산행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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