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핏빛 녹물이 흐르는 홍제천

가루라 2010. 11. 1. 22:58

홍제천 복원 후 처음 천변길을 따라 나서다.

건천이었던 홍제천을 상시 물이 흐르는 생태하천으로 만들기 위하여

별도의 정수시설이 필요없이 깨끗한 물공급이 가능하다는 하상여과시설 설치공법으로

한강물을 끌어다가 물을 흘려 보내고

천변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여울, 폭포 등을 조성하는데 서대문구는 650여억원을 투입하였다.

2008년 8월 백련교 구간에서 통수식을 하였고

종로구청관할 구간 복원과 북개된 유진상가 철거 등 아직도 진행형이란다.

내가 둘러 보던 날은 백련교 인근의 하상정비로 인하여

한강물 방류는 중단되었다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보도된 내용만 보고 홍제천 복원에 사용되는 물이

100% 전량 한강물을 끌어다 사용하는 줄 았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작년 8월 홍지문을 보러 갔다가 보았던

홍지문 아치교 바로 앞에 흉물스럽게 설치된 배수관도 그렇거니와

돌출된 배수관에서 콸콸 쏟아지는 새빨간 녹물에

과연 이게 생태하천 복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 회의가 생겼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나 보다.

 

홍지문에서 한강까지 홍제천을 따라 가보기로 작정하고 나섰던 길

진행 중인 공사구간을 차치하고라도 이 길을 두번 다시 가지 않으리라

날도 저물어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일부구간을 제외하고는 내부순환도로가 산책로의 지붕이 되었고

자동차 전용도로의 소음과 매연, 바람으로 인한 비산먼지 등

이 길을 그냥 걷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홍지문을 출발할 때만해도 쾌청한 가을 날씨로 산뜻한 기분이었다.  

 홍지문 바로 앞 흉물스럽게 돌출된 배수구에서는 녹물이 콸콸 쏟아졌다.(2009년 8월 사진)

배수구 주변의 바위가 빨갛게 물든 것은 물론 

 바닥까지도 새빨간 녹으로 덮여버렸다.

 역설적이게도 하천의 빨간 녹물에 더욱 하얗게 빛나는 옥천암 백불 

그 날은 방류를 중단하여 옥천암 앞 하상의 물조차 말랐다. 

 아 ! 가슴이 미어져 온다.

유진상가 근처의 방류구 앞,

하상은 마치 광산을 방불케 할 만큼 시뻘겋다.

2008년 6월 통수후 불과 2년만에 하천이 빨갛게 물든 것이다. 

빨간 부유물 덩어리들과 함께 물넘이 뚝을 넘어 홍제천으로 쏟아진다.

이 물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

설마 한강물이 이런 정도는 아닐테고

지하철이나 지하도에서 집수된 지하수를 제대로 정수도 하지 않고 흘려 보내는 것일까 ?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폭포는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고

거울처럼 빛이 반사된 수면에도 불구하고 붉게 변한 바닥이 눈에 거슬린다. 

 서대문구청 근처에 조성된 인공폭포구간

 녹물이 여기까지 내려 오면서 어느 정도 자체 정화되었는지

물빛이 약간 흐릴 뿐 다행이도 붉은 빛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녹조로 인하여 수변의 모래위에 퍼런 이끼가 덕지덕지 내려 앉았다. 

 이 모습만 보면 복원을 잘 했고, 또 여기에 와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겠다.

 그러나 서대문구청 관할 구간을 지나 마포구청 관할 구간으로 넘어 오면 황량함 그 자체다.

위를 쳐다 보면 육중하고 거대한 내부순환로의 바닥이 시야를 가로 막고  

 내부순환로를 내달리는 차량의 소음으로 옆사람과 정상적인 목소리로 대화하기도 어려울 뿐만아니라

도로의 비산먼지로 인하여 코로 숨쉬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내부순환로는 한강 강변까지 홍제천과 병행하여 갈 것으로 생각되고

날도 어두워져 여기서 포기하고 돌아오고 말았다. 

 수크령은 뿌리줄기가 질기고 사방으로 뻗기 때문인지 토사유출을 막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홍제천 수변 제방에는 수크령이 집중적으로 심어져 있다.

일부 구간에는 생뚱맞게 사철나무가 심어진 구간도 있다.

차라리 하상과 맞닿게 버들강아지를 심었으면 어떨까 ?

 비록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으나 버들치 등 물고기가 많이 있는지

텃새화한 철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나마 이것은 하천 복원의 효과라 할 수 있겠다.

 

옥천암 근처에서 만난 청둥오리들

이곳의 바위들도 홍지문 앞 배출수로 인하여 붉게 물들었다. 

 아래쪽으로 내려 갈수록 더 많은 개체수의 청둥오리를 만났다. 

 

 인공폭포 앞에는 아에 네다섯마리씩 무리지어 다닌다.

더 밑으로 내려가다 만난 원앙이 한마리

 홍지문 윗쪽에서 만난 흰뺨검둥오리

 

 

 어찌되었던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하천 복원을 하였고

하천 산책로를 찾는 사람도 꽤 많은데다가

철새들조차 몰려 오는 홍제천.

 

도심속 하천에 인간과 철새들의 공존으로 자연이 복원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

철새를 텃새로 만드는 도심하천은 복원의 효과를 긍정적으로만 보기에는

좀 더 지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 건 그렇다 치더라도 용수의 사용만큼은

아무리 뭐라해도 지하수를 쓰려면

제대로 정수를 한 후에 흘려 보내야 하는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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