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모스크바

붉은광장5(로보노예 메스토)

가루라 2012. 3. 14. 00:44

붉은광장의 끝, 성바실리성당 좌측에는 광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이 하나 있다.

공개적인 처형대로 이용되기도 했고 포고령을 반포하는 장소이기도 했던

로보노예 메스토란다.

특히 1670년 제정러시아시대 농민봉기를 이끌었던

코사크족의 지도자 스텐카 라진(Stenka Razin)의 처형장소로 널리 알려졌다.

스텐카 라진의 봉기는 러시아민요로 애창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러시아의 가수

이반 레브로프(Ivan Rebroff)의 노래는 물론

70년대 통키타 가수 이연실씨가 불렀던 노래로도 알려져 있다.

오랜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학창시절에 읽었던 책중

알베르 카뮈였던가 "기로틴과 단두대"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광장에 처형이 있는 날이면 민중은 원족 가는 날처럼

광주리에 빵이랑 찐계란이랑 먹을거리들을 담아가서는

잘 보이는 앞자리에 다투어 앉아

단두대에 처형되는 장면을 보며 열광하는 군상이 그려지는 것을 읽고

몸서리쳐지던 기억

넓디 넓은 붉은광장을 꽉채운 군중들의 환호 속에

단두대에 처형되었을 코사크족 지도자 스텐카 라진 

특히나 70년대 명품배우 아이콘 율 브린너와 우수에 젖은 눈 토니 커티스,

그리고 촉촉한 눈빛의 크리스티에 카우프만이 열연했던

영화 대장 브리바(타라스 브리바)를 기억하는 50대라면

코사크족 하면 전통 댄스와 대장 브리바를 떠올릴 것이다.

그 코사크족 지도자 스텐카 라진이 처형된 장소가

붉은광장 성바실리 성당 앞에 있다.

세월을 건너 뛴 빛바랜 로보노예 메스토

이방인에게 슬픈 역사를 몸으로 말하듯 안쓰러운 자세로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