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나팔꽃과 침묵의 살인자 나팔꽃씨

가루라 2013. 11. 27. 00:57

부암도 주택가 어느 골목에서 꽃이 커다란 나팔꽃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우리집 주변에는 둥근잎나팔꽃이나 미국나팔꽃, 애기나팔꽃들 뿐이어서

어린시절에 이렇게 큰 나팔꽃을 본 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또 모르지요.

워낙 흔한 나팔꽃이라 보고도 그냥 지났쳤을 수도 있겠지만....

메꽃과의 나팔꽃은 하이브리드까지 합쳐 약 130여종이 지구상에 서식하는데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나팔꽃, 둥근잎나팔꽃, 둥근잎미국나팔꽃, 미국나팔꽃,

별나팔꽃, 선나팔꽃, 애기나팔꽃 등 7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팔꽃씨가 세종실록지리지에 약재로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나팔꽃이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은 조선조 초 이전으로 무척 오래 되었나 봅니다.

초기에는 씨를 견우자(牽牛子)라는 약재로 중국을 통해 들여 왔다는데

나팔꽃씨와 소를 바꾸어 끌고 올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약재여서 견우자라 불렀다는군요.

  

 

<나팔꽃>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메꽃과의 한해살이덩굴식물

학   명 : Pharbitis nil (L.) Choisy

원산지 : 인도

분포지 : 전 세계

서식지 : 길가나 빈터, 정원

이   명 : 털나팔꽃

꽃   말 : 기쁨, 결속, 허무한 사랑

효   용 : 관상용. 사하작용과 이뇨작용이 강하고 기를 잘내려 한방에서는 말린 종자를 견우자라 하여 대소변을 통하게 하고

           부종, 만성신우염, 간경화로 복수가 찰 때, 적취(積聚), 요통에 처방한다. 민간에서는 잎이 많이 붙어 있을 때 뿌리에서 20Cm를 잘라

           말려서 달인 물로 동상에 환부를 찜질한다. 살충효과, 항진균효과가 있어 살충제나 무좀약 등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나팔꽃씨는 맛이 쓰고 성질이 차며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침묵의 살인자로 세간에 알려진 나팔꽃씨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5월 16일 밤 도청앞 분수대에서의 민주화 횃불의 당위성에 관한 명 연설을 끝으로

5.18항쟁에는 전혀 참여하지도 않고 도피하였던 당시 전남대학교 학생회장 박관현이

2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잡혀 국가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계엄법 위반의 죄로 5년의 선고를 받고

광주교도소에 투옥되었다가 82년 10월 불과 29세의 나이로 옥중 사망하게 됩니다.

당시 광주지역에서는 교도소 급식에 섞여 나온 나팔꽃씨에 의해 박관현이 사실상 살해 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았었습니다.

일제가 복역 중이던 독립투사들에게 생체실험을 위해 나팔꽃씨를 먹였다는 기록에 근거하여

광주교도소 수감자들이 먹는 밥에 나팔꽃씨가 다량섞여 있어서 그로 인해 사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여부에 대하여는 후일 설왕설래가 많았고 입증할 수도 없었지만

아무튼 나팔꽃씨의 독성에 대하여서는 경각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도 나팔꽃씨를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답니다. 

사실 70년대 군생활을 했던 사람치고 군대급식 특히 건빵의 별사탕에 성욕억제제가 들어 있다는

그럴사한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또는 입대 즉시 수용연대에서 맞았던 불주사가 그런 억제기능이 있다던가 하는

허무맹랑하지만 일견 사실일 것 같은 의구심이 들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던 불안한 시절이었으니까요.

국가가 정한 획일화된 기준에 벗어난 것은

모두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정보로 치부하던 암울했던 시절이었고

정보의 독점으로 획일화된 사고의 교육을 받았던 세대들은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팔꽃들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보통의 나팔꽃 특히 미국나팔꽃, 둥근잎나팔꽃 등은

새벽 두세쯤 피기 시작하여 이른 아침에 절정을 이루었다가 해가 중천에 이르기 전 오전 10시쯤에 시들어 버려서

꽃말도 허무한 사랑이랍니다.

그런데 커다란 꽃잎을 가진 이 나팔꽃은 오후 다섯시가 되었는데도

전혀 시들지 않고 활짝 피어 있네요.

너무 특이해서 때가 되면 종자를 구하여 집에 심어 볼까 합니다. 

거의 온 종일 피어 있는 큰 나팔꽃처럼 이젠 나라사정도 환하게 개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구월에 담은 큰 나팔꽃을 올려 봅니다.

 

'무위자연 > 植物世上'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둥근잎꿩의비름  (0) 2013.11.29
산박하  (0) 2013.11.28
비름과 비듬나물  (0) 2013.11.26
낙엽송과 백양나무  (0) 2013.11.23
쑥을 캐는 대장장이 딸의 화신, 쑥부쟁이  (0) 2013.11.21